장르 허문 현대예술 축제 '옵/신 페스티벌' 30일 개막
by장병호 기자
2022.10.18 15:59:42
동시대 현대예술 최전선의 작품들 한자리에
총 11개국 28편 초청, 서울 시내 7곳서 선보여
영상과 연극의 결합, 모로코 명인 ''아이타'' 무대
"관점 바꾸는 예술의 또 다른 힘 나누는 축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 속 영상의 배우와 현실 무대 위의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연극은 어떤 모습일까. 모로코 마라케시의 오래된 카바레에서 일하는 ‘아이타’ 가수들이 보여주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목소리는 공연예술이 될 수 있을까.
| ‘옵/신 페스티벌 2022’에서 선보이는 일본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뉴 일루젼’. (사진=옵/신 페스티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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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경계를 허문 독특한 시도를 담은 현대예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축제 ‘옵/신 페스티벌 2022’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시내 9개 공간(서촌공간 서로·일민미술관·대학로극장 쿼드·문래예술공장·문래예술공장·아트선재센터·김희수아트센터·에스더 쉬퍼 서울·갤러리 기체)에서 열린다. 총 11개국 28편의 작품으로 현대예술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8일 서울 종로구 서촌공간 서로에서 만난 ‘옵/신 페스티벌’의 김성희 예술감독은 “‘옵/신 페스티벌’은 새로운 형식과 태도를 제시하는 다원예술 작품 중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작품을 선보이는 축제”라며 “기존의 장르 구분이 아닌, 예술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을 더욱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옵/신’(ob/scene)은 ‘장(scene)을 벗어난다(ob)’다는 의미로 기존의 장르 구분을 허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인 공연예술 축제가 연극·무용 등 장르 구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옵/신 페스티벌’은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활동 중인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2020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국내에선 낯선 형식의 축제지만 해외, 특히 유럽에서는 예술계의 한 경향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축제 형식이기도 하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옵/신 페스티벌’은 국내외 현대 예술가를 초청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작품을 기획, 제작해 다른 축제에도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최신 현대예술에 관심이 많은 유럽의 유명 큐레이터들도 꾸준히 축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 오는 30일 개막하는 ‘옵/신 페스티벌 2022’ 포스터. (사진=옵/신 페스티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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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간중심의 사유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예술적 형식 △후기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성찰 △기술 과잉 시대에 기술에 대해 던지는 비평적 관점 △전통과 신화로부터 찾는 미래의 가능성 △장르와 장르, 실제와 가상, 극장과 미술관을 교차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일본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뉴 일루전’은 본인이 개발한 새로운 예술 형식인 ‘에이조 연극’(EIZO Theater, 영상 연극)을 통해 무대 위 스크린 속 배우들과 현실 배우들이 함께 연기하는 이색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모로코 안무가 보슈라 위즈겐은 일본의 게이샤와 비교되는 모로코의 명인 ‘아이타’ 가수들의 목소리와 타악기가 공존하는 콘서트 형식의 매혹적인 안무를 공연으로 올린다.
이밖에도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 티노 세갈과 필립 파레노를 비롯해 마텐 스팽베르크(독일·스웨덴), 메테 에드바센(노르웨이), 호루이안(싱가포르), 더블럭키 프로덕션(독일), 마리아 하사비(미국) 등의 해외 연출가·안무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옵/신 페스티벌’을 통해 해외도 주목하고 있는 한국 작가 김지선, 김보용, 서현석, 임고은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옵/신 페스티벌’은 낯선 축제지만, ‘연극·무용은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얀 도화지 상태에서 열린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온다면 조금은 편안하게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술이 엔터테인먼트의 기능도 있지만, 우리의 관점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까지 바꾸는 힘도 있다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옵/신 페스티벌’에 대한 보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