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8.01.02 14:59:48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맨인 김모(38)씨는 올 봄 전세 만기와 맞물려 마포구 일대 역세권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회사와 가까운데다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이 지역 아파트 시세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작년 한 해 동안 가격이 1억원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내년에 조정기가 다시 오기를 기대하지만 요새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여의치 않을 것 같다.
나날이 오르는 아파트값 때문에 서울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 하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마포구 신공덕래미안3차 전용면적 59.96㎡짜리 아파트의 작년 1~2월 신고 거래액은 5억5100만~5억6500만원이었으나 그해 11월에는 6억2800만~6억3500만원까지 뛰었다. 일시적인 급상승이 아니라 작년 봄 5억원대 후반을 찍고, 8월 6억원대를 돌파한 지속적인 상승이다. 공덕동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59.96㎡형이라도 6억원대 밑으로 가격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서울 아파트값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대기 수요가 많다는 점도 집값을 계속 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를 위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았지만 서울 시내 집값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지속적으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7년 들어 그해 12월25일까지 4.91% 올랐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이 기간 7.11%나 뛰었다. 알짜 지역 선호 현상이 굳건한 가운데 여타 지역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난 주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인상 카드도 실제 집값을 낮추고 거래를 활발하게 유도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만한 ‘인센티브’가 모호한 상태에서 점점 관망세가 굳건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PWM 부동산팀장은 “보유세 정책은 당초 예상보다 인센티브가 낮게 나왔는데, 좀더 강도가 높았더라면 매물을 많이 양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산층 실수요자는 우선 청약을 통한 분양 목표를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4월 양도세 중과 직전 시점에 일시적인 급매물이 나오는 쪽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