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자재]①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by신정은 기자
2014.11.05 15:20:01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원자재시장이 고꾸라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국제유가와 금 가격이 약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속된 중동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도 원자재가격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잉 우려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시추 기술 발전으로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하루 생산량은 10월 24일 기준 897만 배럴로 올해 들어 10% 이상 증가했다. 이는 1986년 이후 최대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9월 하루 생산량이 3047만 배럴로 전월보다 4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 11월 4일 기준 브렌트유(왼쪽)과 WTI(오른쪽) 5년간 가격 변화 추이. (출처=나스닥) |
|
이같은 공급과잉 속에서도 OPEC은 공급량을 줄일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OPEC 회원국들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서로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달 회원국 동의없이 원유 수출가격을 인하했다. 사우디산 석유를 미국에 수출해 셰일가스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후 쿠웨이트와 이란, 이라크 등도 앞다퉈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거기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악재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 7.3%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신규주택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유럽은 디플레이션 압박 속에 유럽 경제 강국인 독일에 대한 전망도 악화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날 201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통상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통해 양적완화(QE)를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거기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QE정책을 결정하며 엔화 대비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이상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달 27일 예정된 OPEC 정기총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정기총회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겨울 시즌에 접어들면서 계절적 영향으로 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연준이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변수를 예의 주시해야겠지만 당장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 대비 1.59달러(2.37%) 떨어진 배럴당 77.1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1년 10월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치다.
브렌트유는 2010년 10월 이후 4여 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은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에서 같은기간 1.96달러(2.3%) 하락한 배럴당 82.8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115달러에서 거래됐던 브렌트유는 이날까지 28%나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