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서 불꽃 일었지만…"감식결과 기다려야”

by임유경 기자
2022.10.20 16:03:17

SK C&C "화재전 배터리관리시스템 이상경보 없어"
경찰·국과수, 배터리 수거해 감식 진행
결과 나오려면 2주 걸려
데이터센터 전문가 "데이터센터 배터리 화재는 이례적"
"국과수 감식 전 배터리 논쟁은 혼란만 키워"

[이데일리 임유경 김아라 기자]

이번 화재로 소실된 리튬이온 배터리 랙. 사진=임호선 의원실 제공
이번 화재로 소실된 납축전지(사진=임호선 의원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시작점이 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이 관심이다. 화재 발생 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이상 경보가 울렸다는 일부 보도도 나왔지만, SK C&C 측은 사고 전후 BMS 데이터까지 공개하며 전면 부인했다. 정확한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감식 결과를 기다려야 알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가들은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배터리에 어떤 이상이 있었는지, 어느 회사 제품인지 짐작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계했다.

SK C&C는 20일 “지난 15일 화재가 일어나기 전 BMS는 어떠한 이상 상황도 없었다”며, BMS 데이터 그래프를 근거로 제시했다.

배터리 BMS 그래프를 보면 사고 발생 전까지 선이 가로로 길게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SK C&C)


SK센터는 전원공급 중단에 대비해 무정전전원장치(UPS)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번 화재에서 불이 시작된 배터리는 UPS에 전력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UPS에 전력이 부족해지면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BMS는 전압과 전류 등 배터리(리튬이온)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알려줘, 사전에 위험을 알 수 있게 한다. 만약 BMS가 화재 위험을 감지했는데, SK측이 아무 조치를 안했다면 문제가 커진다. 그런데 SK가 이날 공개한 그래프에 따르면 배터리 상태를 알려주는 전류와 전압 모두 사고 시점까지 안정적인 상태(가로로 일직선 기록)를 보이고 있다. SK C&C 관계자는 “이 그래프에 급격한 변동이 있어야 위험경고가 울린다”며 “(위험경고가 울리지 않았고) 따라서 담당 직원이 현장을 찾아 조치한 일도 없었다”고 했다.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었다는 것 외에 확인된 사실은 없다. 경찰이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A동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1개에서 갑자기 불꽃이 발생하며 불이 붙는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에따르면 국과수 배터리 정밀 감식은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배터리에서 불이 난 이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소모적이란 평가다. 데이터센터 업계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는 항온항습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방진처리 없이 사람이 들어올 수도 없다”면서 “지금 배터리에 집중하면 먼지로 스파크가 튀었다거나, 심지어 SK배터리 나쁜 배터리라는 쓸데 없는 논쟁에 휘말릴 수 있어 국과수 분석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에서 불꽃이 이는 경우는 노후화됐을 수도, 과전압 과방전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돼 장애가 난 적은 없다. 이번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소방청이 임호선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지하3층에 있는 배터리실, 발전기실, 변전실 9,151㎡만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능 없고, 지하3층 배터리실 약 3,300㎡ 중 40㎡에서 그을음 및 연기피해를 입었다. 리튬이온배터리 57랙, 납축전지 11랙(각 264셀)이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