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금융감독체계 개편론 재점화
by유현욱 기자
2020.07.21 14:08:21
고동원 교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 분리 이관해야"
전성인 교수 "금융위 해체해 감독 자율성·효율성 높여야"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잇따라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금융위원회가 가진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독립적인 감독기구(금융건전성감독원, 금융시장감독원)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로라면 금융위는 해체된다.
|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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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검사와 제재를 통해 이를 집행하는 ‘수직적인 이원 구조’다. 학자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체제라는 것에 동의한다. 고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견제장치가 없다”면서 “정부가 두 기능을 모두 수행해 관치금융도 심화됐다”고 날을 세웠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금융회사를 지배해 인사 및 경영을 장악하는 것을 뜻한다.
이어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 추진 시에도 금융위 지도감독 대상인 금감원은 적절한 견제를 할 수 없었다”며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국제기준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제도 평가에서 지적됐지만 시정되지 못한 해묵은 과제라는 설명이다.
학자 출신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2018년 5월 취임사에서 “수많은 과제에 포획돼 금융감독의 지향점이 상실돼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면서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오늘날 일어날 사모펀드 사태를 예견한 셈이다.
고 교수는 이 같은 현 체계를 대폭 수정해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로 넘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감원에 대해서도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고 개편을 요구했다.
그는 “금융회사 인허가 및 건전성 감독에 집중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회사 영업행위 규제 및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다루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금융감독기구(금감원)가 금융분쟁조정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독립적인 금융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해 금융분쟁 조정 업무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4월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은 사모펀드를 벤처산업 활성화 도구로 사용한다는 허황된 문제의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일반 적격투자자 참여나 사모재간접펀드를 계속 허용하는 데다 별도 감독검사 역량제고 방안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자산운용업 발전 등 섣부른 금융산업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감독의 자율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사고가 터질 때는 전조가 있다. 사모펀드 역시 특정운용사가 수탁고를 어마어마하게 늘려나가고 특정은행과 연결돼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가는데도, 이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해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냐 금융위가 금감원을 지도 및 감독 하느냐 등 이슈가 아니라 두 기관이 시장 상황을 감시하는 능력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문제에 가깝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금융위나 금감원에서 잘 작동하지 않았던 소비자 보호란 관점이 자리를 잡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