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도 폭락 촉발"…쏠림 거래의 위험, 월가 경고등
by성주원 기자
2026.02.02 10:40:41
금·은 가격 폭락, 달러 급등…수조달러 이동
"포물선 상승은 포물선 하락"…쏠림의 역설
모멘텀 vs 펀더멘털, 투자전략 갈림길 놓여
전문가 "시장 극단으로 치닫는 건 위험 신호"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자들이 쏠려있던 주요 거래들이 지난주 일제히 무너지며 수조 달러가 이동했다고 블룸버그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관습으로 굳어지면 작은 변화도 과도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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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귀금속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0일 금값은 9% 이상 하락하며 수십년 만에 최대 낙폭을, 은값은 27% 급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흥시장 주식은 미국 주식과 대비해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의 장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지난달 펀드매니저 조사에서는 금 매수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쏠린 거래’로 꼽았다. 금은 한때 장기 추세선보다 44% 높은 수준에 위치했는데, 이는 1980년 이후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이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키스 러너 수석 시장 전략가는 “합의는 항상 옳지만 극단에서만 빼고”라고 말했다. 시장 합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시장 폭락의 직접적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이었다. 오랫동안 매파로 여겨졌지만 최근 금리 인하를 지지해온 워시의 지명은 연준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블룸버그는 “정상적인 시장이었다면 완만한 되돌림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포지셔닝이 획일적이고 레버리지가 조용히 쌓여 있던 이 시장에서는 급격한 폭락을 촉발하기에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또 “거래가 관습으로 굳어지면 작은 변화도 과도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지난주는 그런 위험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 | 금·은 가격과 200일 이동평균선 추이 (단위: 온스당 달러, 자료: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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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라이프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의 에밀리 롤랜드 공동 수석 투자 전략가는 “포물선 방식으로 상승하는 것은 무엇이든 보통 포물선 방식으로 하락한다”며 “많은 부분이 모멘텀과 기술적 움직임, 심리에 의해 주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모멘텀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역발상 투자자들을 위한 여지가 여전히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제기됐다.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리치 와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 시장보다 미국 주식을 선호하고 있다. 비(非)미국 자산이 급등하면서 지금까지는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그는 확신을 유지하고 있다.
와이스는 “비록 추세가 우리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펀더멘털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본다”며 “모멘텀은 증기 롤러 앞에서 동전을 줍는 것과 같다.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작동한다”고 말했다.
2억7000만달러(약 3920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제프 뮬렌캠프는 금값 랠리로 올해 거의 10% 수익을 올렸다. 그는 최근 금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른 이탈은 가격이 반등할 경우 수년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더 갈 수 있는가”라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