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측정자가 홍길동?…"광주 해체계획서 부실 기입"
by송주오 기자
2021.06.18 18:23:34
김은혜 "날씨·기온마저 허위로 작성…기상청 날씨와 불일치"
"해체계획서 작성부터 검토·감리까지 제도 개선 시급"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최근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된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검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광주시청으로부터 받은 ‘학동4구역 철거 허가 건물 철거 공사계획서(이하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3번 항목인 ‘철거대상 건축물 안전도 검사’에 실존 인물인지 모호한 측정자가 기재돼 있으며, 날씨와 기온마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2021년 4월 29일에 측정된 모든 건축물의 측정자가 주로 공문서의 견본용 이름으로 쓰이는 ‘홍길동’으로 기재돼 있어 엉터리 기입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2021년 4월 29일과 2020년 12월 29일로 작성된 측정양식에 날씨를 ‘맑음’, 기온을 ‘25℃’로 모두 동일하게 적시했다.
그러나 기상청에서 해당 날짜의 날씨와 기온을 확인한 결과, 2021년 4월 29일 광주의 평균기온은 17.4℃로 최고기온 역시 23.3℃에 불과하며 기후는‘비, 황사’로 나타났다.
‘25℃’로 적시된 2020년 12월 29일 평균기온은 ‘3.3℃’로 확인됐고, 기후 역시 ‘비, 눈 등’으로 나타나 실제 기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건축물 해체 시 안전을 위해 외벽 강도를 측정하는 것과 이를 기입한 해체계획서의 작성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일 뿐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체계획서를 승인하는 해당 지차체와 해체계획서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감리사 역시 부실 검토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의원은 “조합과 건설사의 영혼 없는 계획서와 무사안일 감리, 그리고 이를 무사 통과시킨 지자체가 빚어낸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 웃지 못할 사례”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체계획서의 작성에서 검토,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손에 맡기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