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뒷말 무성한 대우조선 사장 인선
by정태선 기자
2015.03.10 15:09:53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선이 산업은행의 미온적인 태도로 미뤄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042660) 이사회가 지난 9일 열렸지만, 고재호 사장의 유임이나 교체 안건은 배제한 채 진행됐다. 고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할 인선 시기를 놓친 셈이다. 형식적으로는 이달 말 예정인 주총 2주 전인 16일까지 사장인선을 마무리하면 되지만, 사장추천위원회 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정상적인 절차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산업은행에서는 사장추천위, 임시이사회와 임시주총 등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려면 5월쯤이나 되어야 할 것이란 얘기도 들리고 있다.
산은 관리 아래 있는 대우조선은 정치권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면서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도 당시 남상태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장 인선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홍기택 회장이 대우조선 사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를 하면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사장의 경쟁후보로 고재호 사장을 비롯한 5파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내부에서는 박동혁 부사장, 고영렬 부사장, 이병모 부사장이 신임 사장 후보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외부인사로는 홍기택 산은 회장과 고교동창인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제는 대우노조까지 나섰다. 대우조선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9일 “산업은행이 정부 눈치보기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호의 순항이 사장 선임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내부사정을 잘 알고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고 사장의 유임 쪽에 노조 측은 무게를 두고 있다. 고 사장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업 불황 속에도 높은 수주 성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작년 매출 16조7863억원, 영업이익 4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7%, 6.8% 성장한 실적을 보여줬다.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목표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업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통상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노사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고, 밖으로는 중국이나 일본과의 경쟁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계속하면서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할 때다. 노조의 주장이 뜬끔없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사장 연임 문제로 인사 공백이 생기면서 1분기 영업에 많은 차질이 생기고 있다. 신속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