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부동산기업, 中 헝다 청산에 시장이 반가운 이유[e차이나]
by이명철 기자
2024.01.30 16:37:05
홍콩 법원 청산 명령, 컨설팅기업 임원 청산인 지정
대부분 자산 중국 본토 위치, 청산 절차 쉽지 않을 듯
中 정부 도움 받을 ‘화이트리스트’ 발표 기대감 높아져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부동산 공룡’으로 불리던 중국의 대형 기업인 헝다(에버그란데)가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받았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이던 헝다가 끝내 사라지게 되면서 부동산과 금융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부동산 분야 구조조정이 시작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 지난 29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헝다(에버그란데) 상업단지에 설치된 구조물 옆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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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홍콩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은 헝다는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이었지만 중국 경기 침체와 맞물려 막대한 빚을 지면서 2021년 채무불이행(디폴트)가 발생했다.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결국 성과가 나지 않아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30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제경(이차이)에 따르면 홍콩 법원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알바레즈앤마살(A&M)의 전무인 에드워드 사이먼 미들턴과 티파니 웡 윙-즈제 두명을 헝다그룹 공동 청산인으로 임명했다.
쉬 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앞으로 그룹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국내외 채권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전제로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며 “청산인과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 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채무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헝다그룹은 청산에 대한 최신 동향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지만 관련 업무가 신속히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청산 명령을 내린 곳이 홍콩 법원이란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헝다그룹이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달러 채권이 홍콩에서 거래되지만 90% 이상 자산은 중국 본토에 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따를지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헝다그룹이 청산하더라도 자회사 경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정법대의 리슈광 교수는 이차이에 “(청산 명령을 받은) 헝다는 그룹의 최상위 지주사고 그룹 내 각 회산은 독립적인 법인이어서 헝다가 청산한다고 그룹의 국내 사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기존 경영 구조와 방식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며 “해외 주주 권익 가치가 실질적으로 정리됐고 중국 내 채권자는 법에 따라 헝다 부동산 관련 자산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2조4000억위안(약 440조원) 빚을 진 헝다그룹의 청산이 중국 부동산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중국은 현재 지방 정부와 부동산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로 위기에 놓인 상태다. 중국 정부는 자금 문제뿐 아니라 부실기업을 돕게 되면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어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 매체 차이나타임즈는 중국 주택도시농촌개발부가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부동산 기업의 합리적 자금 조달 요구를 차별 없이 충족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화이트리스트’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자금 조달 등을 도울 50개 국영·민영기업 목록(화이트리스트)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그룹이 청산하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다른 기업을 도울 여지가 커지게 된다는 계산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다른 위기 기업인 완다그룹, 그린랜드 등의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홍콩증시에서 전날 거래가 중단됐다가 이날 재개된 헝다 자회사 헝다 자동차(Evergrande Health Industry Group Ltd) 주가는 6~7%대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SCMP는 “홍콩 상장사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 명령은 중국 당국이 부동산과 증시 안정을 위해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던 시기에 이뤄졌다”며 “향후 중국의 구조조정이 현실성을 더할 수 있고 일부 절차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