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승구 기자
2023.01.27 17:22:41
법정 최고금리 '양날의 검'
당분간 조정 소식 없을 분위기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 ‘선의로 한 행동이 오히려 피해를 입힌다’ 바로 선의의 역설입니다. 이 개념은 최근 법정 최고금리의 수식어가 됐는데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계층에게 피해를 줬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죠. 일명 법정 최고금리의 역설입니다. 과연 법정 최고금리는 무엇인지 또 인상·인하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냅타임에서 경제용어 없이 ‘법정 최고금리’ 설명해 드립니다.
법정 최고금리란?
법정 최고금리란 대출 상품의 금리(이자율) 상한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20%인데요. 예컨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이자율이 20%를 넘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2002년에 처음 도입했는데요. 당시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였습니다. 이후 7차례 인하되면서 현재 연 20%가 된 것이죠.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듭니다. 주로 신용이 낮은 저소득자는 대부업·저축은행 등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데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도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로 낮추자는 의견을 내놨는데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법정 최고금리를 연 12%, 연 13% 수준으로 낮추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두 국회의원 모두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서민층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낮을수록 좋은건가?
법정 최고금리가 낮을수록 좋을 거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낮은 법정 최고금리가 서민층의 금융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여기엔 최근 연달아 상승하는 기준금리가 한 몫했습니다.
일반 은행이 한국은행과 돈·채권 등의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를 ‘기준금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잇따라 기준금리가 올랐죠. 그 탓에 은행이 돈을 빌려올 때 드는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이런 비용을 ‘조달금리’라고 하는데요. 은행들은 조달금리가 늘어난 만큼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현재 제2·3금융권인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조달금리는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8%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정 최고금리는 여전히 20%인데요. 대출업을 하는 은행들이 대출이자 수익을 늘릴 수 없는 것입니다. 돈을 가져오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대출이자 수익은 그대로인 셈이죠.
그 결과 제2·3 금융권은 대출 취급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대부업계 1위 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지난해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대부업계 2위 리드코프 역시 작년 10월부터 신규 대출을 기존의 80% 수준으로 축소했는데요.
자연스레 제2·3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은 21년 말 106만 7005명에서 22년 9월 96만 8688명으로, 9만 8317명 줄었습니다.
주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주로 저신용자인데요. 마지막 돈줄이 막히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갈 위험이 높아집니다.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금리를 2%포인트 인하하면 약 65만 9000명의 차주들이 비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난다고 분석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 인상 가능할까?
저신용자의 대출 한파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 목소리는 더욱 커졌는데요. 당분간 법정 최고금리 조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입니다. 국회가 반대 입장을 보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상으로 인한 저신용자의 부채 부담을 고려한 것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정 최고 금리 인상안에 대해 “대부업자 손 벌려서 취약계층 돌보겠다는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대신 정부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긴급 생계비 대출 출시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올해 2분기로 예정된 긴급 생계비 대출 출시를 오는 3월로 앞당긴 것인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족한 대출 규모 탓에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에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돈줄이 막힌 저소득층 위해서라도 조속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