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백시 '사실상 2인자' 김여정?…北은 '침묵'

by황효원 기자
2020.04.22 14:26:30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신변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고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권한 대행을 준비 중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후계구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연합뉴스).
22일 요미우리 신문은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작년 말부터 김 제1부부장이 긴급시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작년 말 평양에서 중앙위원회 총회가 개최됐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을 이유로 통치 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심장병, 당뇨병이 복합적으로 악화해 프랑스 의사단이 1월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북한 특성상 최고지도자 승인 없이 외교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김 부부장이 북한 내 서열 2인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분석이다. 1988년생인 김 제1부부장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잇는 ‘백두혈통’으로 1989년 김 위원장과 스위스 베른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과 스위스 유학생활부터 두터운 관계를 바탕으로 그간 공식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제1부부장은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특별 신임을 받는 인물로 등장했다. 그 해 2월 김 제1부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남 특사로 파견돼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방한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동선을 살피며 수행비서 역할을 해냈다. 이후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사찰에 동행하는 등 군 영향력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은 그간 김일성과 김정일 유고에 대비해 수년간 후계 권력 승계 작업을 진행해 온 점을 고려해 해외 언론들은 혈통·직책·수행이력을 감안 김 제1부부장이 2인자 자리를 굳혔을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30대 젊은 나이지만 고도비만으로 인해 고혈압과 심장병, 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만큼 언제든 사망할 수 있다는 의료계 분석이 많다.

캐서린 보토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연구분석담당도 김 위원장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 제1부부장의 후계자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그는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는 없었다”면서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 씨 혈통이다. 김 위원장의 자녀는 아직 지도자가 될 나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도 “김여정은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로 평가했다.

다만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정확한 상태가 오리무중인 상황이고 북한이 김 위원장 후계자를 지정한 적 없다는 점에서 권력승계를 논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드니 국제경영대학 북한 전문 레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는 “김여정의 김정은에 대한 영향력은 크다. 김정은의 대내외적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신뢰받는 정치인”라면서도 “북한은 서열과 남성 중심의 유교 국가로, 신뢰 그 이상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유교적인 색채가 짙은 북한 사회에서 김 제1부부장의 역할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지 이틀째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자력갱생’ 강화를 주문했다는 내용만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