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사찰' 추명호 전 국장, 1심서 징역2년…'법정 구속'

by송승현 기자
2019.01.03 13:51:43

法 "우병우 전 수석 사적 이익과 공명심으로 범행"
사찰 대상자 권리 침해…국정원 공정성과 신뢰 훼손
지시 혐의 우 전 수석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추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불법 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김연학)는 3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추 전 국장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구속 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추 전 국장은 다시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추 전 국장의 혐의 중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사찰 혐의(국정원법 위반), 국정원 활동비를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횡령)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찰관의 감찰을 무력화 할 의도로 국익정보국장의 직권을 남용했다”며 “감찰 대상자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뤄진 일로 직원의 일상적 업무를 넘어선 정보활동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 전 수석의 사적 이익과 자신의 공명심을 위해 직권을 남용해 사찰 대상자들의 권리를 침해했고 직원의 업무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감찰관을 사찰한 부분은 우 전 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이 전 은행장을 사찰한 부분 역시 개인의 이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추 전 국장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들은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감찰관 외에 문체부 공무원들이나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사찰 혐의는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비난 여론을 조성하거나 일부 연예인을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등 정치공작을 했다는 혐의와 관련, 당시 지위 등으로 미뤄 실제 실행 행위에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역시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일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추 전 국장에게 불법사찰을 지시한 우 전 수석은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고 항소한 상태다. 우 전 수석은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추가 구속기간 연장 요청을 기각하면서 이날 0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