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도박꾼들, 실수로 돈 가방 잃어버려 경찰에 덜미

by유태환 기자
2016.07.18 15:58:24

20만~30만원 매일 100여차례 베팅·다른 손님 유인해 수수료도 챙겨
5400만원 든 가방 주운 이웃주민 신고로 경찰에 검거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수십억대 규모의 도박을 일삼던 일당이 실수로 수천만원이 든 가방을 잃어버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해 하루 100여 차례 도박을 하고 타인을 대상으로 사이트 가입을 유인 및 알선한 혐의(상습도박 및 도박공간개설)로 김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서모(3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회에 20만~30만원씩 매일 100여 차례 베팅을 하는 등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총 24억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상습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 컴퓨터 10여대와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준비해 놓고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했다. 오피스텔에 합숙한 이들은 홀수 또는 짝수를 맞추는 ‘사다리 게임’에서 양쪽에 모두 돈을 거는 일명 ‘양방베팅’ 수법으로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불법 도박사이트들과 연계해 다른 손님을 끌어들여 베팅금액의 0.5~1%를 수수료로 받아 챙기는 ‘총판’ 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1일 이들이 오피스텔 근처에서 실수로 잃어버린 현금 5400만원이 담긴 가방을 이웃주민이 주워 경찰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김씨 등은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직접 경찰서에 찾아와 “해수욕장 튜브사업을 하기 위해 찾은 현금”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돌려달라고 했다. 수상히 여긴 경찰은 자금출처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에 불안해진 일당은 기존 오피스텔에 마련해 놓은 도박관련 장비들을 챙겨 다른 장소에 도박 사무실을 만들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 8일 김씨 등 7명을 붙잡았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불법도박 사이트의 총판 행위와 양방베팅 수법으로 불과 2개월 동안 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한 총책 이모(37)씨를 뒤쫓는 한편 이들이 가입해 도박을 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경찰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