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대신 '맞춤형' 추경 10조+α..경제 살리기엔 역부족

by피용익 기자
2015.06.24 16:24:47

경기부양보다 메르스·가뭄 대응에 초점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가 ‘10조원+α’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어제 세입 경정 5조원, 세출 경정 5조원에 플러스 알파라고 추경 규모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때 2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논의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찌감치 검토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대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에 예산을 투입하기 위한 위한 ‘맞춤형 추경’이 결정됐다.

경기 부양을 목표로 추경을 편성한다면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22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면서 이 가운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출 추경으로 12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가뭄이나 메르스에 따른 경기하강 요인, 특히 청년실업, 수출부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감안해 잘 대처할 수 있는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해 ‘슈퍼 추경’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메르스·가뭄 맞춤형 추경 편성”을 요구하자 정부는 세출 추경 5조원(+α)을 편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가 새누리당에 추경 규모를 보고하면서 용도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먹구구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다음달 10일께 추경 항목을 확정해 국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원래 메르스 사태가 없었으면 안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메르스든 가뭄이든, 민생이든 어떤 항목에 얼마의 돈을 쓸지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새누리당에 보고한 추경 편성안에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세입 추경도 포함됐다. 당초 전망했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예산을 수립할 당시 기재부는 경제성장률 4%를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률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0%를 예상했고, 민간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은 2.8%를 제시했다.

정부는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낮아진 데 따른 세수 부족을 세입 추경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세수 결손 가능성에 대해 “다소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조9000억원의 세수가 부족했지만 올해는 경기 상황에 따라 5조~6조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세입 추경 규모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세수 결손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아짐에 따라 실제 국세 수입은 221조원보다 적은 211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란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