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시 다음은 근로시간면제…정부, 노조개혁 박차(종합)
by최정훈 기자
2023.11.02 14:37:37
고용부, 근로시간면제 제도 기획 근로감독 중간결과
임금 받는 노조 전임자 멋대로 10배 늘려…39곳 위법 적발
속도 내는 노조개혁…지속적 성과로 노동개혁 지지 유지
노동계 “노조 공격”…대화 필요한 제도 개혁은 ‘첩첩산중’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노조의 회계 공시에 이어 근로시간면제제도에 대한 고강도 감독에 나서는 등 노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과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다만 노동계와의 관계가 연일 경색되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의 바탕이 될 사회적대화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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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노조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통해 점검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타임오프 제도라 불리는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번 기획 근로감독은 노동부가 지난 5∼8월 노조가 있는 사업장 48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 제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1%(63곳)에서 위법·부당한 사례를 발견하면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적발된 위법 사항은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나 위법한 운영비 원조 등 부당노동행위 36건, 위법한 단체협약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8건 등이다.
근로시간면제 시간과 인원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진다. 현행 면제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10개 구간(2000~3만6000시간)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전 지정 없이 면제자를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 32명의 10배인 311명이 근로시간 면제 적용을 받았다.
한 공공기관 자회사는 12명인 한도를 무시하고 지난해 125명, 올해 111명이 근로시간면제를 받기도 했고, 전체사업장이 아닌 공장별로 면제자를 운영해 면제자 수를 늘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적발됐다. 한 반도체 제조업체는 노조위원장에게만 기본급을 증액해줬고, 또 다른 통신·방송장비 제조업체는 노조 전용차로 제네시스, 그랜저 등 승용차 10대 렌트비 1억7000여만원과 유지비 7000여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위법 사업장들에 시정 지시를 했고,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140곳에 대해 추가 근로감독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 회계 공시에 이어 근로시간면제까지 손을 대면서 정부가 노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고용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노조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과 없이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 공시 제도운영으로 노동조합의 투명한 회계 운영이 확산되는 발전적 계기를 마련했다”며 “적법하고 합리적인 근로시간면제 운영을 통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며,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확보될 수 있는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지속적인 노조개혁 정책이 제도 개편 등의 밑바탕이 될 사회적대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고용부는 당장 다음 주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대화 상대인 노동계와의 관계는 연일 경색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발표에 대해서도 ‘노조 공격’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노동조합을 흠집 내고, 노조를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협작”이라며 “정부가 노사 자율을 훼손하고 노사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예상했던 대로 단체협약 체결 경위, 노조 활동 현황,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만 따져 노조 공격 목적의 근로감독이었음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게 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감독이 “명백한 ILO 협약 위반”이라며, 국제 기준에 맞는 노조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