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윤정 기자
2015.10.20 14:19:20
이데일리 제4회 여성경제포럼(WWEF) 2015
멘토와의 특별한 점심
[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멘토’의 살아있는 조언에 ‘멘티’의 눈은 반짝였다.
2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이데일리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2015’는 예비 여성 리더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소통의 리더십, 여성 DNA가 세상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WWEF’에선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여성 리더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에서 엿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멘토와의 점심’은 흡사 ‘팬 미팅’ 현장과도 같았다. 보고 싶었던 멘토의 지정석으로 향한 행사 참가자들은 마치 스타를 기다리는 팬의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송경애 SM C&C 사장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행(行) KTX를 탄 대학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창업에 뛰어든 송 사장은 20~30대 여성의 대표적인 롤모델로 꼽힌다. ‘이태원 여행사’를 설립해 1996년 세계 최대 여행 전문 그룹인 HRG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최초 글로벌 트래블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2012년 SM엔터테인먼트와 합병, 자회사인 SM C&C로 외형을 넓혔다.
송 사장은 부산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주은씨와 연세대학교에서 근무 중인 이윤미씨를 만나 조언과 격려를 아낌 없이 전했다. “첫 만남부터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며 웃음을 지은 송 사장은 먼저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주도하는 멘토다운 모습을 보였다.
송 사장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목표였다. 송 사장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씨와 작가에서 관광업 종사자로 진로를 바꾼 이씨에게 “뜬구름 잡는 목표는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송 사장은 “꿈도 사실 없고, 무엇을 해야 좋은지 열정도 식는 것 같다”는 참석자들의 고민에 “하루, 한 달, 일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피자가게에서 양파 깎는 일을 시작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했다는 송 사장은 철저한 계획주의자로 살았다고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1시에 자는 일상은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난 뭐 하고 살지?’ ‘어떤 꿈을 이룰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생각에 ‘오늘 뭐 할까’, ‘내일은 이걸 해야지’라는 구체적인 생각을 하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강조한 ‘성공 포인트’는 경험이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기도 했다. 몸으로 세상을 부딪히고, 직접 사람을 만날 수록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었다. 송 사장이 참석자들에게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봤나”, “여행은 많이 다녀봤나”, “어떤 경험을 쌓아왔나” 등의 질문을 속사포로 던진 이유다.
그는 “난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욕심은 없었고 거의 밖에서 일을 하고 다녔다”며 “대학교 4년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 사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한 마디 한 마디에 참석자들은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성공 전략은 차별화였다. 현재 20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멘토와 리더로서의 역할은 차별화된 개인을 전체로 아우르는데 있다”고 봤다. 그는 “‘난 착해’, ‘난 성격이 좋아’, 이런 장점 말고 내가 남들보다 뭘 더 잘하는지 그 뾰족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며 “직원을 뽑거나, 강연을 하면서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그런 차별화된 포인트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송 사장은 이런 의미에서 ‘멘토-멘티’의 관계에도 우려의 시선을 비추는 솔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멘토는 멘토만의 삶을 살 뿐이고, 결국 그 사람의 인생일 뿐인데 혹여나 ‘나도 저렇게 해야지’,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며 “그런 발상보단 이런 자리를 통해 내가 저 사람과 다른 가치, 내가 멘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발전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송 사장은 1시간 동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김씨와 이씨를 위해 ‘나는 99번 긍정한다’는 자서전을 선물했다. 김씨는 “학교로 돌아가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씨 역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막막하기도 했는데 많은 용기를 얻고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송 사장을 비롯해 포럼에 참석한 여성 리더들은 ‘멘토와의 점심’에서 70여 명의 예비 여성 리더들을 만나 뜻깊은 대화를 나눴다. 김소진 제니휴먼리소스 대표,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송희경 KT공공고객본부 본부장,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여미옥 홍선생미술 대표,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윤선주 EF코리아 지사장, 이은형 국민대 교수, 임경선 작가, 정생물 정샘물인스퍼레이션 대표,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한젬마 호서대 교수, 허은영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이사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