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다 쉬자인 회장, 자산 93% 증발…영향력도 잃어”

by김윤지 기자
2023.01.19 15:46:14

亞 2위 부호였으나…6년새 자산 93%↓
정협 신임 위원 명단에서도 제외
그외 中부동산 거물들도 줄줄이 배제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창업주 쉬자인 회장이 부와 영향력 모두 잃었다고 1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AFP 제공)
이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현재 쉬 회장의 자산은 약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2017년과 비교해 93% 감소했다. 당시 쉬 회장은 420억달러(약 51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인물이었다.

쉬 회장은 2008년부터 중국 정책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CPPCC)의 일원이었으며, 2013년 중국 민영 기업인 중 최초로 정협 상무위원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협으로 구성된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선 쉬 회장을 볼 수 없었다. 일각에선 “쉬 회장이 참석을 거부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일 발표된 정협 신임 위원 명단에 쉬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쉬룽마오 스마오그룹 회장, 장리 광저우 푸리부동산 공동 창업자 겸 회장, 쉬젠캉 파워롱 그룹 회장 등 한때 정협 일원이었던 부동산 거물들이 이번에는 배제를 당했다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윌리 람 홍콩 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협은 중국이 국가에 기여한 사업가에게 주는 명예 보상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과도한 레버리지로 부동산 부문에 물의를 일으킨 쉬 회장과 같은 부동산 재벌이 신임 위원 명단에 제외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중국 정부는 주택 가격이 치솟자 부동산 개발업자의 부채 비율에 따라 신규 차입 규모를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 정책을 도입하는 등 잇따라 대책을 내놨다.

그 사이 헝다의 돈줄이 말라가면서 2021년 12월 227억달러(약 27조9000억원) 규모 역외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이후 국유기업,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리스크해소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계감사관인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사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