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초읽기…노사 모두 '촉각'

by노희준 기자
2022.01.06 15:35:43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공운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노조 "지배구조 개선 계기...민간까지 확산돼야"
사측 "노조갈등 불씨 우려...구체적 논의 아직 없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재차 도전 의지

[이데일리 노희준 서대웅 황병서 기자]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는 ‘낙하산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사측은 신속한 경영상의 의사결정이 어렵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표준계약서상 과로유발 조항 삭제 및 택배요금 이익금 배분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임된 노동이사는 기업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노동이사가 들어간다. 금융권 노조는 공운법 개정안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금융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국책은행 노조위원장은 “공공기관에는 주로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됐는데,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가 대표적”이라며 “공공기관 사업을 잘 아는 직원이 이사회에 참여해 직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운법 통과 이후 준정부기관을 넘어 기타공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024110) 등)과 시중은행으로까지 노동이사제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었던 것은 물론 양대노총의 숙원사업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민간금융회사까지 지배구조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금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실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민간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 노조는 그간 노조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반면 사측에서는 공운법 개정안 통과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은행 비노조 관계자는 “굳이 노동이사회가 아니더라도 노조였던 직원이 임원이 돼서 이사회 멤버로 경영을 할 수도 있다”며 “굳이 노동이사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역시 “노동이사제에서는 회사가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일에서 노조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대두될 수 있어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준정부기관 사측 관계자는 “아직 법이 확정되지 않아 따로 논의된 게 없다”며 “공운법이 개정되면 원칙에 따라 방향을 잡고 해나갈 것이다.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공운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지난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기업은행 노조는 재차 사외이사 추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평가된다.

기업은행은 현재 신충식 사외이사와 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26일에 만료된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의 제청 후 금융위원회가 임면하는 구조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는 올해도 추진할 것”이라며 “지난해 공모제로 하려다 은행측 반대로 하지 못했는데, 올해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상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