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 벌어도 임금 인상 주저..흔들리는 아베노믹스

by이민정 기자
2016.01.11 15:43:44

일본 기업의 실질 임금은 지난 11월 0.4% 감소했다,
출처:WSJ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엔화 약세, 미국 수출 시장 호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직원 임금 인상에는 머뭇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경제가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불투명한 미래 사업 여건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엔저에 따른 수출 활황, 임금 인상과 소득 증대, 소비 활성화, 국내 경제 성장을 꾀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총리의 경기부양책)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바루 자동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지역 자동차 판매가 급등하면서 매출이 3년전보다 3배 이상이 급등한 35억달러(약 4조2322억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야스유키 요시나가 후지중공업 최고경영자(CEO)는 임금인상과 관련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다”면서도 “미래가 불확실해 고정비용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주저했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부터 올리기 시작하면서 사업여건에 대한 기업인 우려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4.5% 상승한 호텔·철도 운영회사 세이부 홀딩스의 타카시 고토 회장은 “임금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 상황,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 리스크 요인이 우리 사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유가하락 효과를 제외하면 물가상승률도 점차 오름세를 나타낸다. 일본 경제가 서서히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정책의 결과인 엔저로 관광객들도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000만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문제는 근로자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아베노믹스 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비지출 증대와 내수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의도하는 국내 경제성장도 요원하다. 실제 일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실질 임금은 5개월만에 감소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기업은 통상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1일 전인 2~3월에 걸쳐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올 여름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기업들에 직원 임금을 올리고 2조달러를 투자하라고 권장했다. 그는 “우리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은 임금상승과 투자를 감행해 일본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시키는 것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사다유키 사카키바라 대표 역시 “임금 상승이 소비 지출을 늘리는데 필수적”이라며 “기업들이 지난해 평균 임금 상승폭인 2.5% 이상으로 임금인상을 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