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中 경제 발목 잡은 소비 침체, 연 5% 성장 ‘위태’

by이명철 기자
2024.12.16 15:54:03

11월 소매판매 3% 증가 그쳐, 시장 예상치 크게 하회
부동산 투자 감소·신규주택 가격 하락 지속→수요 부진
중앙경제공작회의서 적극 정책 주문, 구체적 조치 주목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막바지 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경제지표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고 있다. 하반기 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소비 지표는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약 5%로 제시했으나 연말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달성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중국 산업생산이 전년동월대비 5.4%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5.4%)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전월 증가폭(5.4%)보다는 0.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중국 산업생산은 올해 1~2월에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했으나 이후 8월 4.5%까지 증가폭이 낮아졌다. 이후 9월부터 3개월 연속 5%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수가 부진하지만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중국 내 제조업체 등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11월에 전년동월대비 3.0%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인 4.6%를 크게 밑돌았다. 전월 증가폭(4.8%)에도 못 미치며 8월(2.1%)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1월에는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솽스이(광군제)가 있었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3.3% 증가해 시장 예상치(3.5%)를 밑돌았다. 1~10월 고정자산 투자가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11월에는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요원하다.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같은기간 10.4% 감소하면서 1~10월 감소폭(10.3%)보다 더 확대됐다.

중국의 11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5.7% 하락했다. 9년만에 최대 낙폭이었던 전월(5.9%)보단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하락세를 이어가며 주택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 머물렀다.



11월 실업률은 5.0%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시장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AFP)
국가통계국은 이번 경제지표에 대해 정책 효과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하고 국내 수요가 불충분하며 일부 기업은 생산·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9월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지급준비율(RRR) 등을 잇달아 내렸고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리스크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과 증시 부양책도 내놨다.

중국이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하반기 들어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은 물론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부양책의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으면서 11월 경제지표가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삭소마켓의 수석 투자전략가 차루 차나나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의 소매판매 데이터는 민간 수요가 여전히 취약하고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목표 재정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있을 관세 위험에 대응해서도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12일 마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14년만에 처음으로 통화정책의 기조를 좀 더 완화적인 수준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특별국채 발행 규모 등 구체적 조치는 내년 3월 양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