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본법 제정 등 회계제도 개혁 완성”…‘취임 100일’ 최운열 한공회장
by박순엽 기자
2024.09.26 14:36:49
‘신외감법의 아버지’ 최운열 회장 취임 100일 맞아
‘우수 밸류업 기업 지정 감사제 면제 방침’에 비판
“지배구조 후진성·회계 불투명성, 국가경쟁력 훼손”
‘회계기본법’ 제정 추진…회계사 자정 노력도 강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 감사제)로 대표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신외감법)을 추진한 건 회계 투명성을 높여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우수 밸류업 기업’에 지정 감사제를 면제하겠다고 말하는 건 대외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은 신호를 주는 겁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정 감사제와 관련해) 회계 투명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의 논의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지정 감사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지적으로 풀이된다.
|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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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회장은 임기 동안 ‘회계제도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의원 시절 지정 감사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신외감법 발의와 처리를 주도해 ‘신외감법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지정 감사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 연속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최 회장은 “기업이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선 우수한 기업 지배구조와 높은 회계 투명성이라는 두 가지 안전장치가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지정 감사제 면제보다는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한 번 정도 지정을 유예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지정받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이후 신외감법이 정착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기존 아시아 11개국 중 9위였던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순위를 지난해 8위로 한 단계 높였고, 신외감법 시행 이후 스위스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순위 내 회계 투명성 순위는 60위권에서 40위권으로 상승했다.
그는 “회계 개혁의 효과가 일부분 나타나고 있지만, 회계 투명성 순위는 여전히 국가경쟁력 순위인 20위권에 못 미치고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과 회계 불투명성이 국가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증거로, 기업 지배구조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사회 유효성 순위는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아직 개선할 요소가 많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국회·정부·언론을 포함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개혁 방안 중 하나로 ‘회계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최 회장은 “정부와 공공, 민간 부문 회계원칙이 모두 달라 회계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큰 만큼 회계기본법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합리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공인회계사 자정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경업금지 위반, 자금 유용, 재무제표 대리 작성, 고의적 분식회계 동조 등 공인회계사 직업윤리를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신문고를 설치하는 등 소통 채널을 신설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금투세를 도입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공포 마케팅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금투세는 오히려 주식 투자자들에 친화적인 세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의원 시절 금투세 법안을 주도해 ‘금투세의 설계자’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