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점은 빠진 '도서 공급률' 반쪽짜리 좌담회
by장병호 기자
2021.05.07 18:39:37
출협, 7일 유통 현안 좌담회
출판사·중소형 서점·도매상 관계자 참석
"대형서점, 공급률 문제 관망" 지적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출판사와 중소형 서점, 도매상 등 유통사가 출판계 현안인 ‘도서 공급률’(이하 공급률)의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공급률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서점은 빠져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 7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 유통 현안 좌담회 ‘도서 공급률 이대로 좋은가’가 열렸다(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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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7일 서울 종로구 출협 4층 대강당에서 유통 현안 좌담회 ‘도서 공급률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했다. 출판사·서점·도매상 등 출판 분야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공급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을 뜻한다. 서점 입장에서는 공급률이 오를수록 마진이 줄어든다. 현재 정해진 공급률은 없지만 출판사는 65%의 공급률을, 도매상을 통해 책을 받아 판매하는 지역 서점은 60%의 공급률을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대형 서점의 독과점과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공급률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는 “현재 온라인 서점은 10% 할인에 5% 적립을 해주고 있는데다 무료배송까지 하는 등 과도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급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대형서점이 만들어낸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편지 한 통을 보내는데도 돈이 드는데 책은 무료로 배송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무료배송만 제한해도 공급률이 25% 상승하는 효과가 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출판사 김영사의 윤준원 마케팅팀장은 대형 서점에 마케팅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윤 팀장은 “출판사 입장에서 책 한 권을 내는 원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정가는 바뀌지 않아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선 공급률을 조정해야 하는데, 온라인 서점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현재 시장에서는 마케팅이 이들 서점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공급률을 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발제로 나선 정원옥 출협 출판독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공급률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형 서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현행 공급률 제도에서 공급률을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출판 생태계 강자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 출고 순위 1~10위의 출판사,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출고하는 출판사 등인 반면, 정해진 공급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자는 2000부 미만의 도서를 출고하는 중소형출판사와 지역서점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공급률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갈등의 전면에 배치되는 것은 중소형출판사와 지역서점이라는 점”이라며 “공급률을 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과 대형출판사는 상생을 위한 결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임에도 을과 을의 전쟁 뒤에 숨어 관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공급률 조정은 법제화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출판계는 다양한 불공정 문제를 자율 협약으로 해결해온 전통이 있다”며 “공급률을 정하는 위치에 있는 생태계 강자들이 솔선수범해 공급률을 조정하는 자율적 협의체를 만든다면 다양한 규모의 출판사와 서점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상생공급률’ 실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 사회를 맡은 송성호 출협 상무이사는 “대형 서점에도 좌담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회사 사정을 이유로 참석이 성사되지 못했다”며 “추후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공급률과 관련한 대형 서점의 이야기도 함께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황순록 한국출판문화협동조합 전무,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 김기중 한국서점인협의회 대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