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빅2’, 中사드·환차손 여파로 영업이익 ‘뚝’

by성세희 기자
2018.02.01 14:08:16

제일기획, 2017년 4Q 영업익, 전년比 16%↓
이노션 영업익도 22.9% 하락한 242.1억
환차손·지상파 파업 등으로 컨센서스 밑돌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제일기획 본사 1층 전경. (사진=제일기획)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국내 광고계 양대 산맥인 제일기획(030000)과 이노션(214320)이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풀리면서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광고업계는 원화 강세와 지상파 방송국 파업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5.9% 하락한 458억700만원이라고 1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989억2700만원으로 2.7%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42.9% 늘어난 315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노션의 2017년 4분기 영업이익도 2016년 4분기보다 22.9% 하락한 242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102억7700만원으로 0.7%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68억4200만원으로 20.6% 하락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계열사 광고주 삼성전자(005930) 등의 광고 물량이 대폭 줄었다. 이노션도 모회사인 현대차(005380)가 중국 광고 비중을 줄이면서 매출 하락을 겪었다. 두 회사는 사드 해빙 분위기에 접어든 지난해 4분기에 일부 만회했지만 연 매출 하락을 막진 못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중국 매출액이 2016년 대비 8.3% 하락했다. 대신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였다. 제일기획 측은 지난해 3분기까지 내림세였던 매출이 4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노션 2017년 연간·분기 지역별 매출총이익 현황. (표=이노션)
이노션도 지난해 중국지역 연 매출액이 2016년보다 27.8% 감소한 105억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하반기부터 중단된 중국 자동차 공장 가동을 재개하고 판매량 회복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이노션의 지난해 4분기 중국 지역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32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소폭 상승한 데 반해 영업이익 하락폭이 컸다. 영업이익이 떨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환차손이었다. 외국 광고 매출이 높은 제일기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화 강세에 영향을 받았다. 제일기획의 국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72%에 달한다. 이노션도 국외 매출 기여도가 약 69%로 높은 편이다.

열악해진 대외 환경에서 분투한 두 회사는 국내에서도 웃지 못했다. 주요 지상파 방송국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광고 방영 건수도 줄어들었다. 또 주요 광고주인 계열사 물량이 크게 줄면서 매출이 하락했다.

제일기획의 지난해 국내 영업이익은 2016년보다 2.3% 감소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와 삼성 외 광고주 대행물량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또 이노션의 국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다.

광고업계는 곧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 매출이 회복하면서 인도와 유럽 시장에서 매출 강세를 보이는 등 올해 실적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로 광고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중국과 북미 시장 등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흥국이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면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노션 관계자도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의 메인 스폰서가 본사 주요 광고주이기 때문에 관련 마케팅 대행 물량도 늘어났다”라며 “본사와 자회사가 주도해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진행해 신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