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침수차?”…역대급 장마에 중고차 사기 망설이는 사람들

by김형환 기자
2024.07.25 14:40:28

장마에 침수차 3500여대…손해액 319억
파리 날리는 중고차 시장…딜러 ‘울상’
전문가 “침수차 징벌 배상 등 대책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역대급 장맛비에 침수차가 늘어나며 중고차를 구매하려 했던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침수차 구분 방법을 알아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침수차임에도 이를 속여 판매하는 경우 징벌적 과징금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 충남 당진시 신명편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차량이 침수되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동 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전날 오전 9시까지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 12개사에 접수된 침수차는 3582대, 추정 손해액은 319억 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정 지역에 집중 호우가 내리는 이른바 ‘도깨비 장마’로 폭우가 쏟아진 지역에 침수차가 다수 발생한 까닭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고차를 사려한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혹시나 침수차를 일반 차량으로 속여 팔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모(39)씨는 “전기차가 완전 상용화되기 전까지 중고차를 사려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중고차 정보를 찾다 보니 침수차 걱정이 들어 아무래도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고차 구매 대신 새차를 알아보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중고차 구매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세컨카(가정에서 타고 다니는 두 번째 차)를 중고차로 구매하려 했던 김모(55)씨는 최근 중고차 시장에 갔다가 침수차 우려가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작정하고 속이면 우리같은 일반인이 어떻게 당해낼 수 있겠나”라며 “장마철 중고차를 산다는 것 자체가 꺼려져서 아예 구매 시기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중고차 시장은 침수차 우려 때문인지 가라 앉은 분위기였다. 매년 여름 장마철 손님이 줄어들긴 하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게 자동차 딜러들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해당 시장을 살펴본 결과 차량을 구매할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차량을 판매하러 방문했거나 해당 중고차 시장 직원들이었다.

중고차 딜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침수차를 정상적인 차량으로 속여 팔 수 없도록 보험사 등록 등 시스템적 대비책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장마로 인한 침수차들은 시장에 풀리지도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10년 가까이 중고차 딜러를 하고 있는 강모씨는 “침수차의 경우 보험 조회시 바로 나오고 요새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구별법도 잘 나와 있는데 이걸 속여판다고 하면 속상하다”며 “방문하는 손님들도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보거나 에어컨을 일정시간 틀어보기도 하는데 웬만하면 다 해보시라고 설명드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에서 침수차 구별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침수차 구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빼서 흙탕물의 흔적이 있는지, 에어컨 필터와 시가잭에 이상이 없는지, 연료주입구 안쪽에 이물질이 없는지 등이다. 중고차 계약시 ‘침수차일 경우 손해배상을 한다’는 특약을 넣으라는 조언도 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침수차임에도 이를 속여 판매하는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성능 검사에서 침수차임을 100% 확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침수가 아니라고 표기했을 경우 징벌적 과징금을 물게 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법제화를 통해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