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23.07.31 16:54:41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상기후가 더욱 실감나는 여름이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자들에겐 가장 바쁜 시즌이다. 지난 한 해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한 환경·사회적 기업활동이 담긴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올해 이들 보고서에선 글로벌 기준에 맞춘 크고 작은 변화들이 포착된다. 그 중 두드러진 점을 꼽으라면 단연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RE100(신재생에너지 사용 100% 캠페인)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들은 2020년 SK그룹 계열사 6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말 현재 34곳으로 늘었다. 불과 2년여만에 RE100 동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선봉에 섰던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2020년 968메가와트시(MWh)에서 2022년 357만2379MWh로 3700배 늘었다. 지난해 말 가입한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870만4000MWh로 2배가량(전환율 31%, 전년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용량 증가 주도가 해외 사업장이란 점은 씁쓸하다. 삼성전자 베트남·인도·브라질은 지난해 100% 완료했고 미국, 중국, 유럽은 이미 달성했다. 그나마 늦은 동남아·아프리카·CIS는 2027년이 목표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토로한다. SK그룹도 RE100 이행은 해외사업장이 우선이다. SK㈜는 RE100 이행 전략으로 SK하이닉스·SKC 해외사업장 RE100 우선 추진, SK에코플랜트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및 탄소배출권 부가수익 창출을 위한 해외 태양광 비즈니스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 공급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틈새를 겨냥해 나온 자구책으로 보인다.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량은 2021년 4.4GW에서 2022년 3GW로 31% 줄었다. 탄소가 돈인 시대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줄면 그 결과는 뻔하다. 기후위기가 재무 리스크가 된 지금,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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