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안정 택한 금융지주 주총…수장들 “혁신·관리” 한목소리

by이명철 기자
2023.03.24 17:36:55

4대 금융지주 정기 주총 마무리…회사 원안 대부분 통과
의결권자문사·국민연금 영향 미미, 이사회 예정대로 선임
새로 취임한 진옥동·임종룡, 취임사서 혁신·신뢰 등 강조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금리 국면에서 역대급 이익을 거두며 금융당국과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등 안팎으로 큰 변화를 겪은 4대 금융지주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막을 내렸다. 신임 대표이사 회장과 사외이사 등의 선임 여부를 두고 의결권 자문기관이나 국민연금 등이 각자 의견을 내놔 혼란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총장에서는 원안이 통과되며 안정을 택하는 모습이었다. 금융지주 새 회장들도 혁신과 함께 리스크 관리 등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이날 오전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다뤘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신한지주(055550)가 정기 주총을 열어 진옥동 제4대 회장을 선임한 바 있다.

이번 금융지주 정기 주총에는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1~2년간 은행들이 대규모 이자이익을 거두자 각계에서 대출금리를 낮춰 취약 차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주주들은 결산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고 일부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을 상향 조정하며 부응하기도 했다.

대출금리의 불똥은 은행들의 개혁 추진으로 옮겼고 과도한 성과급 체계는 물론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전반의 개선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정기 주총을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ISS의 경우 신한금융의 진옥동 회장 내정자 선임 안건은 찬성했지만 사외이사 8명 연임은 반대했다. 라임펀드 사태 등과 관련해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 이유다. 신한금융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과 성재호·이윤재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정기 주총에서는 커다란 이견 없이 원안이 통과됐다. 신한지주는 23일 정기 주총 주요 안건인 재무제표 결산 및 이사 선임의 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진옥동 내정자를 선임했다.

우리금융도 이날 정기 주총을 통해 임종룡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종룡 내정자를 선임했으며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 연임과 윤수영·지성배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하나금융 역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사외이사 선임안이 모두 통과됐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지난 23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지주)
같은날 KB금융 정기 주총에서도 김성용·여정성·조화준 신규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노조에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은 부결됐다.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나 노조의 주주 제안 등에도 회사 안건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결국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 안정도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는 판단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날 노조의 주주제안에 대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관련 주주제안이 여섯 번째인데 찬성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다”며 “제안이 개인이나 조직 논리에 너무 매몰된 게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기 주총을 통해 공식적으로 회장에 오른 진옥동·임종룡 두 회장은 취임 일성을 통해 금융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천명했다. 취임사에서는 모두 혁신과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날 정기 주총 이후 열린 취임식에서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을 제시했다.

임 회장은 앞으로 집중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세워가고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며 “지주사가 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자회사 경영의 응원자로서 자리매김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됐던 고객 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 △금융업의 발전·혁신 주도 △임직원 모두의 꿈과 행복을 제시했다. 진 회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혁신의 DNA를 지켜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며 “삶의 모든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비저블 금융(Invisible Finance)을 구현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 또한 주요 관심 사항이다. 윤종규 회장은 해외 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부코핀은행과 관련해 ”코로나19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나 직원들이 정성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난해 주총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투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현재도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임종룡(왼쪽)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신한은행을 방문해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한편 4대 금융지주 정기 주총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신한은행 관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를 준비 중이고 새로 취임한 지주 회장, CEO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 쌓여왔던 연구 성과 등을 비롯해 구체적인 로드맵이라든가 내용에 대해서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