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카카오-하이브, SM 놓고 '쩐의 전쟁'
by김국배 기자
2023.03.07 16:25:25
하이브 주식 매수 실패하자, 공개 매수 선언한 카카오
하이브보다 매수가 25% 더 불러, "SM 음악 IP 포기 못해"
공개 매수 결과는 28일 나올 듯
대책 마련 들어간 하이브, 추가 공개 매수 나설까
기관 투자자 등 주요 주주 선택도 관심…컴투스 "결정된 바 없어"
[이데일리 김국배 윤기백 기자] ‘K팝 원조 기획사’ SM엔터(041510)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싸고 카카오(035720)와 하이브(352820)가 ‘쩐(錢)의 전쟁을 시작했다. 하이브의 주식 공개 매수가 실패로 끝나자 이번엔 카카오가 공개 매수 카드를 꺼냈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내고 “SM엔터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최대 35% 공개 매수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하이브가 공개 매수에서 제시한 가격(12만원)보다 25% 높다. 들어가는 돈만 1조2500억원 이상. 카카오엔터가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1조2000억원)과 맞먹는다.
계획대로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SM 지분을 총 39.9%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날 카카오 측이 4.91%의 SM 지분을 사들인 사실(카카오 3.28%, 카카오엔터 1.63%)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27일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카카오와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뒤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모은 것이다. 카카오의 공개 매수 결과는 ‘결제일’인 오는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카카오가 1조 넘는 돈을 들이면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를 단행하는 건 글로벌 진출을 위해 SM의 ‘음악 지식재산권(IP)’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멜론’으로 대표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 부문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은 스토리, 미디어, 뮤직 등 크게 세 갈래다. 스토리 부문은 1만개가 넘는 오리지널 IP를 가지고 있고, 미디어의 경우도 기획·제작·유통 등 영상 콘텐츠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영화 ‘헌트’ 등 히트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에 비해 뮤직 부문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IP가 많지 않다. NCT, 에스파 등 막강한 아티스트, 음원 IP를 보유한 SM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보자면 부족한 부분이 뮤직이었고, 파트너를 찾은 게 SM”이라고 했다.
카카오도 이날 입장문에서 “SM엔터의 아티스트들이 가진 탁월한 경쟁력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양사가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K컬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위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음악 IP 강화를 넘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카카오의 기술과 SM의 IP를 결합한 시너지까지 기대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SM를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카카오는 이날 공개 매수 선언으로 판세를 흔들었다. 이제 시선은 거꾸로 하이브의 대응에 쏠린다. 전날 SM에 서한을 보내 카카오 지명 이사 후보 철회 등을 요구한 하이브는 카카오가 공개 매수를 선언하자,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전날 하이브가 공시한 공개 매수 결과를 보면, 하이브가 공개 매수를 통해 얻은 SM 지분은 1%(0.98%)도 안 된다. 주당 12만원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 25%를 사들이려던 계획이 실패로 끝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하이브가 가진 SM 지분은 현재 19.43%에 그친다.
이에 하이브가 재차 공개 매수에 들어갈지, 우군을 확보할지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모건 스탠리를 주관사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4.32%)·KB자산운용(3.83%) 등 기관 투자자와 컴투스 등 주요 주주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SM 지분 4.2%를 들고 있는 컴투스 측은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예측 불허의 상황인 만큼,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SM의 향방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 미만을 가진 SM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60% 이상으로 전해진다. 어느 쪽이 주총에서 더 많은 소액주주를 설득하느냐도 관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