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리스크’ 美증시서 中기업 시총 106조원 증발(종합)

by장영은 기자
2022.10.25 15:07:18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 하루만에 14% 폭락
전체시장 올랐지만 반시장적 정책 리스크가 ‘발목’
블룸버그 “中 부호들 재산 350억달러 이상 감소”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시진핑 3기 리스크’가 세계 주식시장을 덮쳤다. 당국의 규제 강화 등 반(反) 시장적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 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가에 연동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가 전거래일대비 14%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734억달러(약 105조6300억원)가 증발했다.

뉴욕증시가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34%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9% 뛰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86% 올랐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유독 약세를 보인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들로만 채워진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특히 시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데이터 관련 규제 강화로 이미 타격을 받았던 대형 기술주들은 더 맥을 못췄다.

미국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521억7000만달러(약 75조원) 사라졌다고 WSJ은 덧붙였다. 대부분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다. 알리바바는 이날 2014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인 68달러를 밑돌며, 전거래일에 1877억9000만달러(약 270조3200억원)였던 시가총액이 1663억4000만달러(약 239조45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바이두와 징둥닷컴,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10% 이상 감소했다.

앞서 중국시간으로 24일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도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4일 2.02% 하락한 2977.56에 마감했고, 선전성분지수 2.05% 떨어진 1만694.61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 넘게 밀리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중국 기업 주식이 약세를 보이면서 마화텅(사진) 텐센트 회장을 비롯한 중국 부호들의 재산도 하루 만에 급감했다. (사진= AFP)


중국 빅테크 주식들의 속절 없는 추락에 이들 기업의 경영자이자 중국 최고 부호들이 재산도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주요 기업들의 주가 폭락으로 중국 부호들의 재산이 하루 만에 350억달러(약 50조2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루 동안 가장 큰 손실 본 사람은 황정 핀둬둬 창업자로, 주식 가치 하락으로 약 51억달러(약 7조3000억원)의 재산이 줄었다. 이어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가 약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 생수업체 농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이 약 21억달러(약 3조원)를 각각 잃었다. 딩레이 넷이즈 창업자는 약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블룸버그는 최측근을 지도부 최고위직에 앉힌 시 주석의 행보는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시 주석의 경정에 이견을 제기할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비비안 린 서스톤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이날 매도세는 친기업적이지 않은 시 주석과 그의 충성파로 구성된 중국 지도부 하에서 중국의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와 기업 실적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위안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중국 역내 달러·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위안대까지 오르며(위안화 가치 하락) 2008년 초 이후 최저치였던 전날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