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수사, 부실구조→조사방해…檢, 기재부 등 압수수색(종합)

by이성기 기자
2020.04.22 14:24:12

세월호 특수단,행안부·기재부·인사혁신처 등 자료 확보
참사 당일 항적 조작 의혹 수사도 시작
사참위, vip 7시간 행적조사 방해 추가 수사요청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구조 실패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 뒤 진상조사 방해 의혹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단장 임관혁)은 22일 박근혜 정부의 진상조사 방해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 정부부처를 압수수색했다. 특수단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실과 경제조직과, 기획재정부 안전예산과, 인사혁신처 인사관리국 등지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과 관련한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기재부, 행안부, 인사혁신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부서 협조 하에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와대 등에 의한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수사 요청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수단은 옛 여권 인사들이 특조위 구성과 활동 기간 축소, 예산 삭감 등을 비롯한 특조위 활동 전반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불법개입 정황을 확인 중이다.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 활동 종료일을 `2016년 6월30일`로 지정해 강제 해산한 행위가 세월호 특별법에서 금지한 `위계로 특조위 직무 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위원장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추천으로 특조위에 재임하면서 이석태 위원장의 사퇴와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특수단은 지난 16일 조 전 부위원장에 이어 전날에는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윤 전 차관은 해수부 내부에 `세월호특조위 대응 전담팀`을 만들어 특조위 예산과 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단계별 대응 전략을 세우도록 주문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미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참사 당일 세월호 항적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특수단은 전날 해수부로부터 세월호 항적이 기록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임의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AIS 데이터는 세월호 참사 원인을 풀 결정적인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특조위 조사를 당시 청와대와 여러 정부부처가 조직적으로 저지한 증거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참위에 따르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특조위가 박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을 조사하고자 한다는 것을 인지한 뒤, 2015년 10월 30일부터 한 달여 간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소 8차례 이상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미 인사 심사를 통과한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의 임용이 보류되고, 파견이 예정됐던 공무원 17명의 결원이 발생해 특조위 조사 활동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이 전 비서실장과 정진철 전 인사수석비서관 등 전 청와대 소속 9명, 당시 인사혁신처·차장 등 인사혁신처 소속 8명, 해양수산부 처장·차관 등 총 19명을 특수단에 수사 요청하기로 하고 관련 증거자료 256건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