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베트남 법인 가인가 획득...신한銀과 한판승부 ‘임박’(종합)

by노희준 기자
2016.08.02 15:58:57

한달 안팎이면 본인가 받아
3년내 현지 네트워크 20개로 확충
국내 현지 진출 기업 교포 대상→현지인 대상 영업 전환
위비뱅크 앞세워 20~30대 젊은층 공략도
신한은행 현지법인과 격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베트남 현지 금융시장을 두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간의 한판 승부가 펼쳐친다. 우리은행이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을 이르면 내달중 완료하고 본격적인 현지 금융시장 공략에 나서기 때문이다.

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베트남 법인 설립을 위한 가인가를 획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현지 중앙은행으로부터 법인 설립에 대한 승인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인가는 본인가에 앞선 예비단계로 가인가를 받으면 지점 설립을 위한 IT시스템 구축과 인력 채용 등에 나설 수 있으며 큰 문제가 없는 한 한달 후 본인가를 받게 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 법인설립에 대한 제안서를 현지 중앙은행에 제출,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의 문을 두드려왔다.

현지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은 외국계 은행의 지점이 아닌 해당국의 은행이 된다는 얘기다. 국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이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과 동일 조건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트남 법인설립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우리은행은 고무돼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간 지점이 2개(하노이, 호치민)밖에 없어 현지인 상대로 영업을 충분히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네크워크를 쉽게 구축할 수 있어 현지인 영업이 가능해진다”며 “본격적인 현지 금융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일단 향후 3~5년 내 현지법인의 네크워크를 2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지 법인이 설립되면 국내 우리은행 본점의 해외 지점을 설립하는 것보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쉽고 빠르게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점 설립이 법인 승인 첫해에는 3개, 두번째 해에는 5개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또 지점 확대에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앞세워 현지 젊은층의 금융수요를 파고들 전략이다. 점포 확대와 달리 위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 영업 확대에 걸림돌이 없다. 베트남 국민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베트남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아시아벨트’구축도 공고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초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의 인수 합병을 마치고 영업 활성화에 나섰고, 캄보디아에서는 2014년에 소액대출 금융기관 말리스를 인수해 현지 법인(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으로 키우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현지 1위 소액대출회사 프라삭(Prasac)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연말이면 현지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베트남 시장은 신한은행의 독무대였다. 앞서 지난 2009년 현지 법인설립(신한베트남은행)을 인가받은 신한은행은 2011년 신한비나은행(옛 조흥비나은행)과 합병해 몸집을 불려왔다. 6월말 현재 신한은행 현지법인의 자산은 23억6900만달러에 이르고, 지점수만 17개로 HSBC, ANZ,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중 HSBC(15개)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신한은행 현지법인과 베트남 금융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은행 현지법인은 기업금융은 물론 소매금융 시장 공략에도 전방위로 나설 계획이라는 점에서 신한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함께 2017년 상반기 중 베트남 현지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고 현지 고객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우량고객 신용대출,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거래 은행들도 해외 베트남에 현지 법인이 없어 부득이 신한은행 현지법인과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우리은행이 현지법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베트남 금융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이미 자리를 잡은지 오래됐기에 (우리은행과의 경쟁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경쟁은행의 등장에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현지법인은 이미 40만명의 고객이 거래하며, 현지 고객비중이 90%를 넘는 등 현지에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지역이 국내 저금리 상황과 달리 아직 먹을거리가 많은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남아시아의 순이자마진(NIM)은 4~5%로 1분기 (1∼3월) 국내은행 순이자마진 1.55%의 배를 넘는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167개 중 67%(112개)가 이 지역에 몰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