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부족 이틀째..위기 가까스로 넘겼지만

by이지현 기자
2013.08.13 18:50:36

공공기관 냉방금지 이틀째.."어두컴컴 사무실 해도 너무해"
전문가들 "산업계 일시적 감축..다음주도 낙관 어렵다" 전망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력수급 부족 이틀째인 13일 오전 11시 19분. 정적이 감돌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 2층 전력수급상황 대책실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갔다.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kW 아래로 떨어지며 전력경보 1단계 ‘준비’가 발령된 것이다. 추가 경보가 발령될지 몰라 상황실에서 각 지방 지사로 연락해 전력 다소비 업체를 찾아가 절전 활동 협조를 지시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사무실에 설치된 온도계가 32.6도를 가르키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부터 다시 시작된 전력난에 정부 세종청사, 과천청사, 서울청사 모두 전력 최소화에 직원들은 찜통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정부세종청사는 에어컨, 전등 사용 중단과 함께 일부 건물의 경우 화장실로 들어가는 전력까지 차단돼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수도관 등의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컴퓨터 수십대가 돌아가니 사무실 안은 푹푹 찌는 찜통”이라며 “복도나 옥상 그늘을 찾는 직원이 늘었다”고 전했다.

과천청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후에 잠깐 나오던 에어컨도 이번주는 내내 꺼져 있다. 과천 청사 한 관계자는 “업무 효율 측면에서 현재 상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기관부터 희생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고용센터를 찾았던 민원인들의 항의 전화도 늘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설명회장에 수백명이 모여있는 데 선풍기만 돌아가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며 “그래도 국가적으로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어 사과만 했다”고 말했다.

전력감축 허리띠를 끝까지 졸라매자 이제는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음주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규선 한국전력(015760) 전력수요관리팀 부장은 “실질적 피크는 어제와 오늘이 최고”라며 “만약 추석 전까지 더위가 계속된다면 비상상황은 또다시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5만kW급 한울(울진)4호기가 14일부터 가동을 시작하지만, 100% 출력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소효돼 오는 21일까지 전력수급상황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계의 경우 이번주 일시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인 것 같다”며 “만약 산업계가 밀린 물량을 갑자기 생산하려 들면 전력에 또다시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 다음주 전력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