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두고 전문가 “원하도급기업 간 상생 발판”

by신수정 기자
2022.08.10 14:33:43

국제 원자재 가격 2년째 폭등..중소기업 부담커져
기존 조정협의제도, 협상력 낮아 실효성 미미해
"납품대금 연동 의무화하고 이행력 확보방안 필요"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건설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소비자와 원·하청 모두가 부담을 나눠야 하는 것이 공정하다”

건설업종 ‘납품단가 연동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 납품대금 연동을 의무화하고 미 이행 시 시정조치·과징금·벌금 등 이행력 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재가격 급등에 따라 원·하도급 기업 간 공사비 증액문제로 갈등이 증가하고 있지만, 통상 수직적인 하도급 거래관계로 이뤄져 현행 하도급법상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10일 전문건설회관 중회의실에서 ‘건설업종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10일 전문건설회관 4층 중회의실에서 ‘건설업종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좌담회에서 논의된 건설업종 납품단가 연동제는 계약기간 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때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주제 발표를 맡은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겹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2년째 폭등해 중소규모 하도급기업을 중심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라며 “자재 생산업체를 통한 직접구매가 어려운 전문건설업 이익률은 종합건설업에 비해 낮은 상황이지만, 증가한 공사비를 제대로 조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건설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키워 건설 관련 인플레이션의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1년 건설중간재 물가지수는 연간 27.3% 상승했다. 이는 1980년대 오일쇼크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건자재뿐만 아니라 노임, 장비임대료까지 상승하고 있어 건설공사비는 올해에도 1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행 하도급법상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가 있지만, 거래단절 등의 우려로 인상요구 자체가 곤란한 상황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소속회원사 대상으로 설문, 423개 업체가 참여한 결과 대금조정 신청 이후 실제로 협의가 이뤄진 경우는 21%에 불과했고 79%는 협의를 개시하지 않거나 거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단가조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57.7%로 가장 높게 났다.



박 연구위원는 제21대 국회 입법안은 건설업종에 대한 적용의 한계, 표준하도급 연동계약서의 실효성 부족 등으로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납품대금 연동을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강력한 과징금과 벌금 등 이행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며 “하도급법뿐만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 역시 개정이 필요하고 납품단가 이행제 이행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경제주체 간 부담해야 한다는 공감이 크다고 진단하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하 KBIZ중소기업연구소 박사는 “공정한 계약문화 정착의 목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며 “상생협력법 개정도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건설업계에서 고려해 폭넓게 편입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신하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 “납품단가 연동제는 헌법에 명시된 ‘사회적 경제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라며 “여러 입법안을 보면 ‘주요 원자재’에 대한 정의와 범위 등을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효성있는 제도를 위해선 구체적인 범위를 정한 뒤 하위법안에 위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기 대한전문 건설협회 상임부회장은 “공공발주 수주는 물가와 연동돼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발주 수주는 수직적인 하도급 관계 안에서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조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청회와 논의를 이어나가 앞으로 원자재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