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하라' 현수막 건 시민, 야밤에 봉변...'녹취록' 연상"

by박지혜 기자
2022.04.01 16:44: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 비판 현수막 관련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1일 오후 페이스북에 “충성 경쟁인가? 공포 정치의 전주곡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수사를 촉구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시민이 야밤에 봉변을 당했다. 수사관 4명이 들이닥쳐 자택과 차량, 핸드폰을 압수수색했다. 중대범죄라도 저지른 양 가져간 현수막에 쓰인 글귀는 ‘우리가 대통령을 만들겠습니다’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지만 한밤의 압수수색과 핸드폰 포렌식은 지나치다. 윤석열 당선인을 의식하고 과도한 수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검찰들이 입건할 것’이라던 김건희 씨의 녹취록이 연상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여사는 서울의소리 측과의 ‘7시간 통화’에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한다. 그게 무서운 거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로 향하는 모습 (사진=뉴스1)
홍 의원은 “선거 시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국민들의 모든 의사표현은 존중되어야 한다. 국민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국민을 하필 콕 집어 압수수색하게 된 경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블랙리스트 작성을 공공연히 요구한 측근 의원처럼 경찰과 검찰도 충성경쟁에 합류한 것인가? 아니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대중들에게 공포심을 야기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포정치를 예고하는 것인가? 부득불 집무실 이전까지 고집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윤석열 당선인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임원 현황 자료를 요구하면서 정당과 출마 경력, 민변 등 시민단체 출신 여부 등을 기재하라고 요구했다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찍어내기를 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를 비방하는 현수막 70여 개를 내걸도록 한 40~50대 남녀를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 A씨와 40대 여성 B씨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고 전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와 ‘우리가 대통령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1개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인천 시내 70곳가량에 ‘김건희 허위 경력·가짜 이력 즉각 수사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전 180일 동안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불법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 전역에 동시 다발로 현수막을 설치한 만큼 단순 게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 했다. A씨는 제작·게시를 맡겼고 B씨는 비용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YTN을 통해 “함께 입건된 여성에겐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며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을 의뢰한 뒤 금융 거래와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