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날 교체된 외교수장…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 '의지'

by정다슬 기자
2021.01.20 11:33:32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외교부 장관 내정
북미정상회담 일등 공신…美와의 신뢰 구축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

대북특사단 방북결과를 설명을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2018년 3월 8일 오후 (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조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외교수장으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국제정세의 ‘새 판’이 깔린 만큼 진영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원년 멤버’다. 바이든 미국 정부와 새로운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깊숙이 관여한 정 후보자의 임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 정 후보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 3년 7개월간 외교 현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3월 4일 문재인 정부 첫 대북특별사절단장으로 결정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돌아온 후 사흘 만에 이번에는 대미특사로 출국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 후보자는 백악관 앞뜰 회견장에서 이 결과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정 후보자의 활약이 있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커지자, 정 후보자는 극비리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집을 찾아가 맥매스터 보좌관, 매튜 포틴저 선임보좌관과 심야까지 5시간에 걸친 ‘마라톤 대화’를 벌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정 당시 국가안보실장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이 서로 냅킨에 그림을 그려가며 격론을 벌인 상황이 잘 그려져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보류시킨다’는 오해를 풀은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백악관으로 통해 미국 의회에도 전달됐다.



이같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진 덕분에 한 달 후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이라는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해소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역’을 한국에 맡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020년 6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문 대통령의 임명에는 임기 1년 4개월을 앞두고 새로운 국면전환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74세인 정 후보자는 청와대 참모 최고령이자 마지막 남은 원년멤버다. 최근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와의 전화를 앞두고 정 후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의 내정을 알리며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직 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우선 국회의 검증을 무난히 마치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