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반기 순이익 8.7兆…이자로 번 돈 20조 첫 돌파
by박종오 기자
2019.08.12 12:00:00
| 이달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 지점 벽면에 대출 광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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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은행 순이익이 8년 만에 가장 많은 8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자로 번 돈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7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8%(4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1년(10조3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국내 은행은 지난해 13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11년(14조5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실적이 작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로 이자 이익이 20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900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은행 이자 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최초다. 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하반기(20조8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가계 대출 등 은행이 빌려준 돈의 총량이 계속 불어나면서 이자로 들어오는 돈도 많아진 것이다.
은행의 비이자 이익도 3조6000억원으로 17.2%(5000억원) 늘었다. 최근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 유가 증권의 매매·평가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 금리 하락기에 보유 기관의 이익이 커지는 속성이 있다.
반면 은행의 판매·관리비(11조3000억원)와 대손 비용(1조3000억원)도 각각 8.9%, 22.3% 증가했다. 명예 퇴직에 따른 인건비 증가, 작년 상반기에 은행이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비용 처리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 따른 기저 효과 등이 반영됐다.
은행의 순이익은 이자 이익에 비(非)이자 이익을 더한 총이익에서 회사의 판매·관리비와 떼일 가능성 있는 돈을 미리 비용 처리한 충당금 전입액을 뺀 후 영업 외 손익, 법인세 비용 등을 반영해 계산한다. 상반기 은행의 영업 외 손익은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투자 지분 손실 등으로 3000억원 적자를 냈고, 법인세는 2조6000억원으로 5000억원 줄었다. 은행의 이익 증가에도 법인세 비용이 줄어든 것은 과거에 발생한 법인세 감면액을 올 상반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의 향후 이익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실제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상반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61%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 수익 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내려갔다는 것은 같은 돈을 굴려 과거보다 더 적은 이자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 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내리며 은행의 예대 금리 차이(대출 이자율-예금 이자율)가 과거보다 축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0.67%, 8.64%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각각 0.02%포인트, 0.21%포인트 내렸다. 총자산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자기자본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두 수치가 모두 하락한 것은 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자산과 자본의 증가세보다 더뎌서다. 은행의 덩치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