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의 눈물.."이제 정말 떠나야 할 시간"(종합)

by원정희 기자
2010.11.01 16:31:51

라응찬 회장 이임식..`신한의 전설` 51년 뱅커생활 막내려
류시열 대표 직무대행 "차기 경영진 선임 엄정하게 처리"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지주(055550) 본점 20층 대강당에서 마지막으로 그룹 임직원들에게 인사하는 이임식 자리에서다.

라 전 회장은 처음에는 4쪽 분량의 이임사를 담담하게 읽어나갔다. "류시열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새롭게 도약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고, "신한웨이를 바탕으로 찬란한 신한문화를 다시 한번 꽃 피워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한대욱기자)
그러나 마지막 장에서 결국 복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사랑하는 신한 가족 여러분,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30여년간 몸 담아온 회사, 그리고 50년 금융인생의 막을 내려야 하는 그 순간 흐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는 한참동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라 전 회장은 잠시 후 "이제 제가 신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겸손과 희생으로 자신을 태움으로써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멀리서 미력하나마 작은 빛을 더하는 일"이라며 이임사를 이어갔다. 또 "마지막 바람은 저로 인해 발생한 실명제 검사와 관련해 징계를 받게 되는 직원들에 대한 선처와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의 선처도 호소했다. 여전히 울먹거리며 띄엄띄엄 힘들게 마지막 장을 읽어내려 갔다.



그의 이임사가 끝나자 임직원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그룹사 사장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박수는 계속됐다. 최고경영진들간 내분, 검찰과 금융당국의 차명계좌 조사 등 불명예로 쓸쓸하게 퇴장하지만 단 3개 지점으로 출발한 신한은행을 신한금융그룹으로 키워 낸 선배에 대한 마지막 존경의 표시였다. 
 
1982년 재일교포 주주은행으로 출범한 신행은행의 상무이사로 참여해 창업 실무를 주도한 뒤 은행장 3연임을 비롯해 부회장 2년, 지주회사 회장 4연임 등 20년동안 신한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라 전 회장. 조그마한 중소은행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려놓은 `신한의 전설`로 통해는 그의 51년 뱅커인생은 이날 이임식으로 사실상 마감됐다.

한편 이임사 직후 이어진 류시열 회장의 취임식은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류 회장은 최근 그에 대한 중립성 논란을 의식한듯 "차기 경영진 선임절차와 과정이 선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경영진이 출범할 때까지 경영권 누수 방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최우선적으로 조직의 화합과 단합을 도모하고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도 조기에 회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