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중처법 유연화’ 요구…김문수 “중처법으로 기업 못하면 안돼”(종합)

by김영환 기자
2025.02.17 15:42:16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 개최
“중대재해처벌법, 예방보다 처벌만…제도 개편” 건의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추진에 근로시간제도 개편 목소리도
“주52시간 근무로는 납기 맞추기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예방’ 효과는 없고 ‘처벌’만 늘어나고 있습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중처법) 때문에 기업을 못할 정도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으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법령 완화를 비롯해 35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김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김 장관에게 “‘특별연장근로 인가권’을 경제단체에 위임해주면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건의했다.

특히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 신설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소기업계도 근로시간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규진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수·위탁거래가 많아 근로시간 통제가 어렵고 납기가 경쟁력인 중소기업에게 주 단위 연장근로는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와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56.0%, 제조업의 27.6%가 현행 주 52시간제로 인해 수주와 납기준수 등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협력사의 경우 거래처 파업이 끝나 물량이 몰리면 주 52시간 근무로는 일감 소화가 불가하다는 애로가 나온다.

특히 현재 주 52시간 제도 보완을 위해 초과 근로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제가 있지만 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특별연장근로를 위해서는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특별한 사유를 입증할 필요라는 인가 제도라는 한계가 있어 제약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특별연장근로제도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업무 중소기업중앙회에 위탁 △인가사유 중 업무량 폭증 적용 제외 요건 완화 △인가기간 ‘90일→180일’ 확대 △근로자 동의 시 사후인가 요건 충족으로 인정 등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업무 위탁’과 관련해 “기업에서 요청한 경우 노동자들이 동의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각 지방 노동청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인가를 해드리고 있다”라며 “시간이 없어서 회사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중처법이 이행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건설 현장에는 사망사고가 오히려 늘었고 유죄판결의 90%가 중소기업”이라며 “이 법을 만들 때부터 이해당사자인 중소기업의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징역 1년 이상’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처벌 중심으로 법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작년말까지 1심 이상 법원판결을 받은 31건 중 87.1%(27건)가 중소기업(50인~299인)에 쏠렸다. 300인 이상 기업은 4건에 불과했다.

김 장관은 “중처법은 고용노동부가 만든 게 아니라 고칠 수 없고 국회의 역할”이라면서도 “중처법이 처벌 위주의 법이 되면 산재도 줄지 않고 기업도 견딜 수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처법이나 여러 가지 법률이 기업인들을 구속할 우려가 있어 투자를 못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또 5인 미만의 사업장의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과 관련해 “분야별로 조사를 해서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고 임금상승, 폐업 우려 등을 파악하겠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노사 당사자와 정부, 영세한 사업장 대표들도 모두 같이 모여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