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父 위해 ‘쓰리잡’ 뛰던 남학생..“대학 갑니다”
by권혜미 기자
2025.01.02 14:31:54
생계 책임지며 진학 포기한 이용일군
최근 검정고시 합격, 대학까지 진학해
“후회 없이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몸이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하루 15시간씩 ‘쓰리잡’을 하던 소년가장 이용일군(18)이 최근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과 YT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용일군은 고졸 검정고시 합격 후 대학 응급구조학과 합격 통지서까지 받았다.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못했지만, 또래보다 1년 일찍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용일군의 사연은 지난 2023년 8월 월드비전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됐다. 용일군의 할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면서 동시에 암 투병 중이었으며, 아버지는 교통사고 이후 뇌출혈을 겪고 지적장애를 얻게 됐다.
당시 16세였던 용일군은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터에 나섰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택배 배달, 식당 아르바이트, 야간 경비까지 하루에 15시간을 꼬박 일했다. 이 외에도 선팅 업체, 물류 창고 관리, 편의점 알바 등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시간이 없어 식사는 김밥과 컵라면으로 채울 수 밖에 없었으며, 고된 근무 탓에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해야만 했다.
더욱 무거운 소식도 전해졌다.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던 용일군의 아버지는 생계에 보탬이 되려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해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용일군은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마침내 대학에 가게 됐다. 용일군은 YTN에 “(응급구조사가) 영웅 같아 보였다”며 “아무리 몸이 힘들고 아파도 그분들만 있으면 전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학도 가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이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용일군은 지난달 3일 공개된 월드비전과의 인터뷰에서는 “거의 3년만에 학교에 다시 발을 들이는 거라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원하는 길이고, 지금까지 쫓아왔던 길이니 후회 없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작년과 재작년 바쁘게 살 때는 미래를 생각 안 했다. 비관적인 생각도 많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꿈을 꾸게 되고, 또 그 꿈을 쫓아가게 됐다”며 “어떨 때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겠거니’, 또 언젠가는 ‘소방관이 되었겠거니’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