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전기 찾아 비수도권 간다

by김형욱 기자
2023.06.26 16:36:26

전남 장성에 40㎿ 첨단데이터센터 구축
파인앤파트너스·KB증권 등 4900억 투자
분산화 노력 첫 성과… “지원 강화할 것”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찾아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몰린 데이터센터 수요의 비수도권 분산 유도 정책이 실효를 거뒀다고 보고 정책 지원을 집중키로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파인앤파트너스자산운용과 KB증권은 이날 전라남도청에서 이와 관련한 투자협약을 맺고 전남 장성군 남면에 ‘첨단 데이터센터 위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짓기로 했다.

두 금융사가 490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4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이를 활용하는 내용이다. 전남도와 장성군도 투자 협약의 주체로 참여해 투자·운영계획에 필요한 각종 행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 데이터를 모아두는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핵심 설비로서 최근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투자가 원활치 않은 상황이다. IT기업은 관리 편의상 수도권에 구축하기를 희망하지만, 당국(한국전력)은 송·배전망 확충 어려움 때문에 이곳에 필요한 대량의 전기를 제때 공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 최근 집계에 따르면 현재 IT업계는 2029년까지 국내 732개의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중 82.1%에 이르는 601곳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입지를 희망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면 신규 데이터센터 운영 만으로 전국적으로 49.4기가와트(GW), 수도권에만 39.1GW의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전체 전력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이를 수도권에 끌어오기 위해 대규모 송·배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풀고자 올 3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방안을 내놨다.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다소비시설 신·증축 땐 전력계통 영향평가서를 내도록 하고, 한전에 전력 공급 거부권을 부여하는 등 수도권에 대한 입지 규제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에 짓는 기업에 대해선 중앙정부와 한전,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이나 전기요금 할인 등 각종 지원을 집중키로 했다. 국회도 올 5월 분산에너지법을 통과시키며 이 같은 정책을 법제화했다.

이번 전남 장성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은 정부가 이 같은 일련의 데이터센터 분산 유도 정책을 만든 이후 이뤄진 첫 번째 대규모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투자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이번 투자를 환영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데이터센터가 비수도권으로 원활히 분산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