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피해 3년…뒷짐진 정부에 건강 조사 촉구

by이소현 기자
2021.05.06 15:53:10

피해자모임·환경보건시민센터 기자회견
"판매된 침대 9만개, 실사용자 10만여명"
"하루 빨리 건강 피해 조사 해달라" 요청

[이데일리 이소현 이상원 기자] ‘라돈 침대’ 피해자들이 관련 조사가 3년이 되도록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라돈 침대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 침대 환경보건사건 발생 3년 피해조사 및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한 참가자가 방사능 스티커가 붙여진 침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이상원 기자)
라돈 침대 피해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6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돈 침대의 제조와 사용은 전국에 걸쳐 퍼져 있고 판매된 침대는 9만개, 실사용자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정부는 라돈 침대라는 물건 자체에 대한 처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정작 라돈 침대 노출자와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 참가자가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방사능 표시가 여기저기 붙은 침대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는 퍼포먼스로 라돈 침대의 위험성을 호소했다.

단체는 라돈 침대로 1군 발암물질에 노출된 180명의 암환자를 포함해 건강피해자들에 대한 건강역학조사 등을 요구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십만여명의 일반인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사능에 피폭된 사건의 핵심은 사용자의 건강피해”라며 “정작 라돈 침대 피해자들의 건강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어 피해보상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라돈 침대를 쓴 분들에게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것은 암 진단 나이가 일반 인구보다 훨씬 젊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실제 사는 공간에서 얼마나 노출됐는지 모르는 만큼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라돈 침대를 사용하다 두 차례 암이 발병한 A씨 등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지난 11일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A씨는 “생명과 직결된 삶과 죽음을 왔다갔다하는 문제인데 벌써 3년째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며 “라돈 침대를 사용한 사람이 10만명이 넘고 5000명이 소송을 하고 있는데 하루 빨리 건강 피해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쓴 한 참가자가 방사능 스티커가 붙여진 침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이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