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에도 전기차 배터리로 10일은 버틸 수 있어"

by이승현 기자
2021.03.15 14:41:19

자동차연구원, 전기차 배터리의 새로운 역할 주목
야외 및 가정서 전기차 배터리로 전기 쓸 수 있어
배터리 성능 개선되면 저장된 전력 팔아 수익창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달 한파가 몰아닥친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400만 가구는 정전으로 난방설비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주민들은 자동차 공조장치와 소형 발전기 등을 이용해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외부 충전궁 V2L 커넥터를 연결한 모습


미국 텍사스 한파 사태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 이후,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에너지 운반체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의 새로운 역할’이란 제목의 산업동향을 15일 발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용량 배터리의 경우 가정에서 약 10일간 사용하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응급상황 시 전력공급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 배터리용량은 72.6kWh로 지난해 말 서울시 가구당 일일 전력평균사용량 7.3kWh의 10배가량 된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야외 등에서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to-Load)을 시작으로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V2H(Vehicle-to-Home)·V2B(Vehicle-to-Building), 더 나아가 아예 전기차 배터리에 있는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해 안정화에 사용하는 V2G(Vehicle-to-Grid)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에 있다.

V2L의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차 아이오닉 5다. 이 차량은 2열 시트 하단에 실내 V2L 포트를 설치해 운행 중에 전기를 이용할 수 있고 외부 충전구에 V2L 커넥터를 연결할 경우 외부에서도 최대 3.6kWh의 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

V2H와 V2B의 기술은 캐나타 스타트업인 오시아코(Ossiaco) 사례가 있다. 오시아코는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과 연동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고 정전 시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응급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기(dcbel)를 출시했다.

V2G는 일본 닛산 사례가 있다. 2018년 전기차를 전력망에 연결하고 전력수요에 따라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유동적으로 활용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닛산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현대차 역시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충전하고 이를 전기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다시 전기회사에 판매해 전기차 소유주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V2G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단순히 차량을 이동시키는 에너지원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운반체로써의 역할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호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성능 등이 향상되고 배터리 구독경제 등 새로운 모델이 확산되면 전기차의 활용도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