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미끼로 구직자 성추행한 편의점주…대법 "업무상 위력 유죄"
by남궁민관 기자
2020.07.23 14:09:57
채용 빌미로 구직자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추행
1심 "근로계약 성립 안된 상태" 위력 인정 안해
2심과 대법원 ''채용권한'' 실질적 영향력 있다고 봐
"채용 전 구직자 불안정해"…채용권한 악용 유죄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빌미로 10대 구직자를 성추행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편의점 점주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앞선 하급심에서는 아직 채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두 사람 간 위력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달리하며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비록 채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채용권한을 가진 지위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2심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창원시 소재 편의점 점주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와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각 3년 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2019년 2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10대 남성 구직자 B군을 호프집으로 불러내 면접을 진행했다. 호프집에서 나온 이후 B군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진씨는 자신의 집에 오지 않으면 마치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B군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위력을 행사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고 더 나아가 아르바이트 채용과 관련된 대화도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과 관련 취업 내지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가 B군에게 실질적 영향력을 갖춘 존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2심은 ‘채용권한’을 가진 것으로도 실질적 영향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유죄로 뒤집었다.
2심은 “인력채용 절차에 있어 구직자는 채용권자의 질의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으므로 인력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특히 “B군은 이 사건 이전 아르바이트 인력 채용에 지원해 본 적이 없고 사건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 A씨의 편의점에 채용되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B군을 사실상 보호,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B군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추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상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