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 서막..담배소송 쟁점은?

by이승현 기자
2014.08.26 17:08:02

담배 유해성·중독성, 담배회사 불법성 입증 관건
건보공단, 빅데이터·해외사례 활용해 입증 자신
담배사, 통계적 자료로 발암성 입증 “인정 어렵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역사적인 담배 소송의 첫 공판일이 내달 12일로 잡혔다. 소송을 제기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제조사들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담배가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지 여부가 이번 담배 소송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담배 소송’은 모두 4건.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가 담배가 아닌 다른 발암 원인이 있었다는 담배회사 측 주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폐암의 소세포암, 후두암의 편평세포암은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흡연과 암과의 인과성을 인정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당시 법원은 KT&G의 위법행위는 없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등 법원이 인과성을 인정한 3개 암에 대해 우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 암들에 대해선 흡연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만큼 담배회사의 위법성만 입증하면 승소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면서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과 내부 고발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미 연방정부 법무담당 검사로 재직하면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던 샤론 유뱅스 변호사는 “담배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들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내부 고발자가 등장하고 내부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소송 대상에 국내 기업인 KT&G 외에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을 포함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공동 불법행위자’로 묶어 외국에서 공개된 담배회사의 내부 자료를 이번 소송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건보공단 측 변호를 맡은 정미화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는 “미국 내에서 책임을 인정했던 담배회사의 과실과 위법성과 관련된 사항, 외국 법원의 판결, 외국 소송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을 이번 소송에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은 담배 소송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경우 여론전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번 소송 또한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자신감 아래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의 승패 여부가 개개인의 흡연자들이 흡연으로 인해 암이 발병했는 지를 규명하느냐에 달려있지만 건보공단이 확보한 통계 자료만으론 이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 소송의 쟁점 중 하나인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여부 역시 소비자들에게 경고 문구 등을 통해 흡연의 유해성을 충분히 알려왔고, 제조 과정내 첨가물 처리 등도 합법적으로 이뤄진 만큼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담배회사 측은 건보공단이 흡연 암환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며 아예 소송을 무산시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피소된 3개 담배회사들은 7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건보공단은 흡연 피해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배회사 측 소송대리인인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가입자들이 얼마만큼의 담배를 피웠고 그로 인해 무슨 병에 걸렸는 지, 그리고 그 진단은 정확한 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나 자격이 있는 지가 새로운 쟁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