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 방향 바꾼 정부…"질적 개선은 이어져야"

by이다원 기자
2024.09.09 16:52:02

8월 기준 차충비 1.75대로 개선된 듯
화재 우려로 전기차 충전설치 의무화 유예 '제동'
충전 편의성 강화 밀리나 업계 우려
"고장 등 여전해 질적 개선은 이어져야"

[이데일리 이다원 김경은 기자] 전기차 화재 대책으로 전기차 충전 보급 목표가 유예된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충전 편의성에 대한 대책이 뒤로 밀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 (사진=연합뉴스)
9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까지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를 뜻하는 ‘차충비’는 1.75대로, 상반기 1.64대 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률은 대체로 세계 평균(10대)이나, 유럽(13대), 중국(8대)와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차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2018년 2.0대에서 1.7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6일 전기차 화재 대책으로 스마트 제어 충전기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건물에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화를 1년 유예하면서 보급 속도에 제약이 걸린 상황이다.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를 위해 안전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이용 편의성 강화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까 우려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미비는 전기차 주행거리,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충전시설은 단순 보급과 확산에만 주력하면서 편의성 제고엔 소홀했단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 2월 하이데이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 확대를 위한 사용자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충전 관련 애로사항으로 충전시설 부족이 38.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전질서 부족(이용갈등) 21.2%, 충전기 고장 14.3%, 충전 속도 9.2% 순이었다. 즉 충전문제는 주로 시설부족이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보급 확충이 우선되고 이어 기설치된 충전기의 관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닉 5 소유주인 김모(34) 씨는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을 하려고 했는데 충전기 두 기가 모두 고장나 있어 한 층 더 내려가야 했다”며 “이런 일은 익숙하다”고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4일 기준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8327기 중 고장률은 0.3%에 그쳤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깔린 충전시설이 36만대 중 정부가 관리하는 비중은 채 3%가 되지 않는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가 관리하는 충전시설 비중이 훨씬 높은 상황”이라며 “전기차 소유주들이 충전 불편을 겪는 대부분의 경우가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충전소를 찾았을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기존 충전소 시설 전반의 질적 개선을 위한 국가적 관리 강화도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은 내년 상반기 중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충전기 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해 실시간 고장 대응에도 나선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