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불똥에 1700억 묶이고 몸값 확 떨어진 야놀자

by허지은 기자
2024.07.30 17:16:48

[마켓인]
큐텐에 판 인터파크커머스, 1680억 미수금
큐익스프레스 지분 담보로…미정산 가능성 ↑
재무 건전성 악화 시 밸류에이션 하락 우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불똥이 야놀자로 번지고 있다. 야놀자가 지난해 큐텐에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쇼핑 부문) 대금이 1700억 가까이 지급되지 않으면서다. 야놀자가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만큼 미수금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가 상장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야놀자는 이르면 이달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까지 신고서 제출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이번 상장으로 4억달러(약 54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목표로 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는 70억~90억달러(약 9조 5000억~12조 4000억원) 수준이다. 앞서 야놀자는 2021년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II CRYSTAL SUBCO (SINGAPORE) PTE. LTD.)에서 총 2조원 규모 투자유치 당시 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큐텐에 지난해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 부문의 매각대금 1700억원 가량이 아직까지 정산되지 않으면서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는 1871억원의 주식 매매대금 중 1680억원을 받지 못했다. 해당 미수금에 대해 야놀자는 큐텐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주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의 대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칫 1680억원을 모두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미수금과 관련해선 큐텐 측과의 기존 계약 사항이 예정대로 이행되고 있다.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스닥 상장에 앞서 몸집을 키워온 셈이다. 2007년 설립 후 야놀자가 인수한 회사는 2016년 호텔나우를 시작으로 △2019년 이지테크노시스(PMS(숙박관리시스템) 솔루션) △2021년 인터파크트리플(국내 여행 플랫폼) △2023년 고글로벌트래블(GGT)(북미·유럽 중심 B2B 여행 플랫폼) 등 14곳에 달한다. 큐텐도 비슷한 전략으로 티몬(2022년),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2023년), 미국 위시·AK몰(2024년) 등을 인수한 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외형 성장을 나스닥 통해 상장을 노린 바 있다.

큐텐 사태로 야놀자의 장외 몸값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야놀자 시가총액은 지난달 초 6조원 수준에서 상장 계획이 알려진 6월 중순 7조원대를 넘겼으나 현재는 4조 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IB업계에선 야놀자의 기업가치로 5조원대를 점치고 있다.

야놀자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회수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2015년 시리즈A(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100억원)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2016년 시리즈B(파트너스인베·SL인베·SBI인베) △2017년 시리즈C(스카이레이크인베·아주IB투자) △2018~2019년 시리즈D(GIC·한화운용·KT·SBI인베) △2021년 소프트뱅크 등에서 투자를 유치해온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야놀자 기업가치가 최대 1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