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23.05.10 15:55:56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MZ세대 놀이문화로 자리잡아
운동복에 근육 드러낸 셀카와 함께 해시태그 붙여 주로 사용…인스타 게시물만 600만 개
''홈트''-''홈트레이닝'', ''바프''-''바...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다음 < > 속 희재와 소연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신조어는?
<희재: 지금 뭐 하고 있어?
소연: 어 나 지금 피티(PT·personal training) 왔어. 이따가 연락할게.
희재: 응. 그래.
희재: 아 개운하네. (_)!>
1) 오운완 2)스페드업 3)핑프 4)행쇼
정답은 1번 ‘오운완’이다. 신조어 ‘오운완’은 ‘오늘 운동 완료’의 줄임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 등 자기 관리의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일 운동하는 인구가 증가하자 자연스레 생겨난 말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생겨난 신조어가 바로 ‘오운완’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사회 분위기와 무기력에서 탈피해 갓생(‘God+生’·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살기 흐름 속에서 생겨난 ‘오운완’ 트렌드는 MZ세대들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여겨진다. 운동 직후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에 팔 근육이나 복근 등을 드러내고 거울 앞에서 찍은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오운완’이라고 붙이는 방식으로 주로 소비된다.
이와 관련 그룹 코요태 멤버 신지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운동복 차림의 사진과 함께 “친절한 우리 선생님 덕분에~ 연휴에도 오운완 오예”라는 글을 올렸다. ‘오운완’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인증 방법인데,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그 과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2월 중순 개최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돌아본 2022년 연말 결산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한 해를 주도한 ‘올해의 트렌드 해시태크’ 등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오운완’이다. 10일 인스타그램에 ‘오운완’을 검색해 보면 600만 개에 육박하는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로 ‘오운완’ 열풍은 새해에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이처럼 MZ세대들의 운동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례해 신조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MZ세대들처럼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을 가리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고 한다. 헬창은 ‘헬스에 미친 듯 열중하는 사람들’이란 말로, 영어의 ‘짐 랫Gym rat)’에 상응하는 말이다. ‘헬창’의 반대말로는 ‘헬린이’가 있는데, 이는 웨이트 트레이닝 초보자를 뜻하는 말이다. 헬스장이 아닌 집에서 운동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의 준말인 ‘홈트’가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 어쩔 수 없이 홈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많이 쓰이게 된 용어다.
또 MZ세대들 사이에서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몸 특히 아름다운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바디 프로필 촬영 역시 붐이 됐다. 몇 달씩 고강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한자릿수 혹은 그에 근접하는 체지방률을 만든 다음, 제모와 태닝을 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바디 프로필(Body Profile)’을 찍어 인증하는 것이 MZ세대들에겐 유행하는 놀이처럼 자리잡았다. 이 ‘바디 프로필’의 앞 글자를 따서 ‘바프’라고 부른다. 이처럼 운동하는 일상을 위주로 게시물을 구성하는 인스타그램을 ‘운스타그램(운동+인스타그램)’, ‘헬스타그램(헬스+인스타그램)’이라고 칭한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어다행다’라는 신조어도 있는데 이는 ‘어차피 다이어트를 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의 줄임말이다. 힘든 과정일 수도 있는 운동과 다이어트마저도 놀이처럼 즐겁게, 친구들과 그 과정과 방법을 공유하며 하는 MZ세대들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