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당산역 버스 흉기난동’ 논란은 112시스템 한계 탓"

by신상건 기자
2019.01.21 12:49:38

"112신고 문자 글자 수 제한으로 흉기 부분 전달 안돼"
"시스템 보완해 한 달 내 글자 수 70여자로 늘릴 것"
"''암사역 흉기 난동'' 현장 출동 경찰관 대응 적절"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 박소연 대표 사건 내사 착수"

신고자의 문자메시지 (사진=연합뉴스·신고자)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흉기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마을버스 안에서 공개적으로 신고자를 찾아 논란이 된 이른바 ‘당산역 버스 흉기난동’ 사건은 신고 문자 메시지 글자 수가 40여 자로 제한된 112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 난동을 부린 남성 앞에서 신고자가 누구냐고 물어본 것은 잘못됐다”며 “신고자가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 시스템의 용량 문제로 신고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 ‘흉기를 들었다’는 부분이 출동 경찰관에게 전달되지 않아서 소란 행위로만 접수됐다”며 “현재 시스템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달 내에 신고 문자 메시지 글자 수를 70여 자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앞을 지나던 마을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허공에 커터칼을 휘두르며 다른 승객들에게 욕설과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이에 버스 안에 있던 A씨가 112에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설하며 커터칼을 들고 있다”면서 신고를 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버스에 오른 경찰관들이 피의자가 아닌 신고자를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또 부실 초동 대응 논란이 불거졌던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에 대해 현장 출동 경찰관이 메뉴얼에 따라 적절히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테이저건 발사와 체포 요건 등에 대한 직원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원경환 청장은 “출동 경찰관은 항상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보기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시민안전을 중심으로 적절히 대응했고 피의자가 계속 저항해 테이저건을 발사한 과정도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쯤 B군은 서울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에서 스패너와 커터칼을 친구 C군에게 휘둘러 허벅지 등을 다치게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들고도 B군을 바로 제압하지 못해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원 청장은 “시민단체의 고발장은 접수됐지만 검찰의 수사지휘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언론에 나온 의혹에 관해 관련자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청와대 앞 집회금지 구역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혐의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등을 현행범 체포한 것과 관련해 체포 요건에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 청장은 “집회금지 장소였고 사안의 명백성이나 도로로 뛰어든 긴급성, 경찰에 강력히 저항하는 등 도주와 증거인멸 등의 요건이 돼서 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경찰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하지만 책임으로 보장돼야 한다. 불법행위 때 비례원칙에 의해서 엄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경찰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소속 노동자 5명과 함께 집회가 금지된 청와대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직원 상습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의 구속 영장 신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청장은 “송씨가 제기한 맞고소사건과 함께 상황을 보면서 신병 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