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메트로·은성PSD 등 안전불감증 결론

by고준혁 기자
2016.11.10 14:11:44

서울메트로 전 대표·은성PSD 대표·구의역장 등 14명 기소 의견 檢 송치…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
警 "3개 기관 총체적 관리 소홀로 비극 발생"

지난 5월 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에 “그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가 아닙니다”란 문구가 적힌 종이와 헌화가 붙어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안전문(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 경찰이 5개월여 만에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서울메트로 이정원(52) 전 대표와 은성PSD 대표 이모(62)씨 등 1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정비를 담당하는 용역업체인 은성PSD 대표 등 관계자 4명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2인 1조’ 정비 작업 원칙을 어기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1명이 작업하고는 2명이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사고 당시 주말 작업자들 근무를 감독하고 있었어야 할 중간 관리자는 근무 시간 동안 사무실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노모(58) 구의역장 등 관계자 3명은 은성PSD 직원 김모(19)씨가 역무실에 혼자 들러 스크린도어 마스터키를 가져갔지만 아무도 작업 내용이나 안전 조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현장 점검 강화 △용역업체 안전 교육 강화 △안전 수칙 위반 시 적극 제재 등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이행하지 않아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메트로는 하도급업체인 은성PSD가 인력 구조상 2인 1조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작업확인서를 조작해 기록을 남기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작업 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등 이들 3개 기관의 총체적인 부실이 빚어낸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은성PSD 소속 직원 김씨는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7분쯤 구의역 9-4번 탑승문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한편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간의 유착 관계, 횡령·배임 혐의 등 ‘메피아’(메트로+마피아)비리 관련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