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OCI와 통합통해 한국의 길리어드 만들겠다"

by신민준 기자
2024.02.26 16:00:00

OCI그룹 통합 발표 후 첫 기자간담회 개최…"한미그룹 유전자 지키고 성장할 최선의 길"
"해외 네트워크 활용 등 양그룹 시너지 기대"…올해 상반기 통합 작업 마무리 목표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과 OCI(456040)그룹의 통합은 한미그룹을 지키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OCI그룹과 통합 후 한미그룹을 한국의 길리어드사이언스로 만들겠다. ”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26일 서울 송파구 한미그룹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임주현 한미약품(128940) 사장은 26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약에 다시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할 때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2일 양그룹 통합 발표 후 처음 개최됐다. 임 사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연구개발 명가인 한미그룹의 유전자(DNA)를 지키고 성장시킬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응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기업집단 간 대등한 통합을 통한 전략적 제휴 사례인 만큼 염려의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한미그룹 최대주주 가족이 지분을 일부 매각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약개발이나 제약업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한 펀드에 지분을 파는 것보다 OCI그룹과 전략적 제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한미그룹은 한국이라는 둥지를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비상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저는 지난 10여년간 신약개발 과정과 사업 개발 업무를 총괄하면서 많은 현실적 벽을 느꼈다. 체급을 앞세운 파트너사들의 무리한 요구들과 혁신적 신약을 글로벌 임상 3상까지 끌고 나갈 수 없었던 한미그룹의 재무적 한계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CI와 통합은 한미의 신약개발 기조를 더욱 굳건히 하고 빅파마들처럼 과감히 투자하고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번 통합은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님의 한미 조직에 대한 사랑을 깊이 새기며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이 이종기업간 통합이지만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업종간 성격이 달라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저는 이종기업간 통합이어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각자 회사의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사장은 OCI그룹이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는 한미그룹은 현재 중국과 미국, 유럽과 남미의 일부 국가들 정도의 해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반면 OCI그룹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동남아 지역을 비롯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온 한미그룹의 노하우가 OCI그룹이나 부광약품이 현재 맺고 있는 파트너십들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또 “양 그룹이 통합하더라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으므로 한미그룹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신약개발에 더욱 몰입하면 된다”며 “양그룹의 통합으로 유입될 큰 자금으로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해소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OCI그룹과 통합을 통해 글로벌과 연구개발(R&D), 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여러 혁신 신약의 빠른 상업화를 이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한미그룹은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6년째 유지했다. 한미그룹은 비만 치료를 위한 H.O.P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여기에 디지털헬스케어, 컨슈머헬스케어의 혁신과 성장을 추가해 더욱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잘해왔던 치료제 분야 사업들과 더불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고성장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확대해 롤베돈 등 신약 매출을 더욱 키우겠다. 글로벌 진출 전략 안에는 OCI그룹과 통합을 통해 가능한 여러 전략적 사업들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개발 부문에서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현 주력 파이프라인인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을 고도화 해가면서 새로운 모달리티인 세포유전자치료제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항암백신, 표적 단백질 분해(TPD) 약물 등 기존 한미의 연구개발(R&D) 잠재력을 배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올해 상반기 OCI그룹과 통합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OCI그룹과 통합하더라도 기존부터 해왔던 일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2032년 매출 5조원 규모의 신약개발 중심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롤 모델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원개발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성공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통해 체급을 키워 더 혁신적인 약물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선보인 것과 같이 한미그룹도 자체적인 신약개발과 OCI그룹과의 통합을 기반으로 한 걸음씩 빅파마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사장은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과 다음 달 열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기일은 지난 22일 진행됐으며 다음 달 6일 추가 심문이 진행된다. 정기 주주총회도 다음 달 말에 열릴 예정이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이 지정한 4명의 이사 후보자가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주주총회 등을 잘 준비하고 있다. 저희 삼남매가 우애가 좋았던터라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한미그룹을 아끼는 마음에서 입장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한미그룹이라는 큰 울타리를 통해 성장한 만큼 일련의 과정들이 지나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