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 4개월 만에 반등’…K배터리 “실적 충격 벗어나길” 기대
by김은경 기자
2024.02.13 15:55:59
가격 급락 후 2개월 넘게 80위안대 유지
메탈 가격 하향 안정화…실적 영향 줄어
재고평가손실 ‘폭탄’에 배터리 업계 울상
LG엔솔·에코프로 등 “2Q 실적 반등하길”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4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업계에서는 리튬 가격이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과잉 현상으로 지난해부터 큰 폭의 가격 하락세를 거듭하던 리튬 시세가 두 달 넘게 안정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올해 상반기 메탈 가격에 따른 실적 충격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에코프로비엠 하이니켈 양극재.(사진=에코프로비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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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88.5위안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kg당 86.5위안을 계속 유지하다가 약 한 달 반 만에 2위안 오른 것이다. 리튬 가격이 소폭이나마 반등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탄산리튬 가격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른 수요 폭발로 2022년 11월 kg당 580위안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후 중국발 공급 과잉이 이어지며 지난해 4월 150위안까지 급락했다. 같은 해 6월에는 300위안대로 다시 두 배가량 가격이 올랐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하며 12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80위안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화리튬 가격 역시 kg당 85달러를 기록한 2022년 4분기를 기점으로 지난해 들어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졌고 현재 고점 대비 약 80% 하락한 kg당 평균 14달러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선 리튬 가격 낙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배터리 업계는 메탈 가격에 연동한 판가를 토대로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데, 대체로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 변동분을 제품 판가에 연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시기에는 광물 가격이 높을 때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부정적 래깅 효과(원료 투입 시차)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셀 제조사를 비롯해 에코프로 등 양극재 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메탈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분기(8조2235억원) 및 전년 동기(8조5375억원) 대비 각각 2.7%, 6.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7312억원) 대비 53.7% 감소, 전년 동기(2374억 원) 대비 42.5% 증가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을 제외한 4분기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대표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의 경우 지난해 매출 6조9009억원, 영업이익 153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 급감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메탈 가격이 급락하면서 4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실만 181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업계는 올해 1분기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실적 회복 시점은 2분기 이후다. 메탈 가격의 경우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원료 공급망 다변화로 향후 가격 상승 요인이 많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수요 측면에서 올해부터 미국에서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는 시점에 IRA 보조금 혜택이 제공되는 점, 상반기 중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신차 출시가 예정된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6조6073억원, 영업이익 1380억원으로 전분기(매출 8조14억원·영업이익 3382억원) 대비 각각 17.4%, 59.2% 감소가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조2246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으로 전분기(매출 1조1804억원·영업손실 1147억원) 대비 실적 충격이 다소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전기차 가격 인하, 보급형 모델 출시가 소비자 구매심리를 개선할 것”이라며 “메탈 가격 하락세 역시 완성차들의 배터리 가격 부담을 낮춰 향후 재고 재확보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